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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각 Aug 14. 2023

귀국해서도 쓰고 싶은, 쓰레기를 줄이는 주방 도구

모카포트, 브리타 정수기

  2년 간의 해외 살이, 12평 좁은 집에서 잘 지내기 위해 꼭 필요한 물건만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은 적당한 미니멀리즘에 가깝다.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사 하면서 많은 짐을 처분했고, 캐나다에서 2년을 지내기 위해 또 많은 것을 샀다. 그러면서도 지난 1년 동안 3개의 집을 거쳐 지금의 집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이사 수고를 줄이려고 물건을 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길지 않은 시간동안 이사를 거듭하며 물건을 대하는 시선이 달라졌다.


  이 물건이 내 생활에 꼭 필요한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사지 않는다. 1년 후 귀국할 때 또 다시 짐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12평 집의 수납 공간이 작기 때문에 놓아둘 곳이 없다. 그 덕에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어려운 과정이 조금 쉬워졌다.


  오래 오래 쓸만큼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가?   

물건을 고심해서 고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좀 필요한 것 같으면 대충 검색해서 당일 배송으로 물건을 샀다. 그렇게 산 물건들은 이런 저런 단점이 있어 쓰임을 다하지 못하다가 캐나다로 올 때 중고 거래로, 나눔으로 떠나보냈다. 아주 많아서 중고 거래가 힘들었는데 쓰레기로 버리기에는 나의 게으름으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어 끝까지 필요한 사람들에게 닿도록 애를 썼다. 이 때문에 출국 준비하는 과정이 배로 힘들어서 이제는 이모 저모 따져보고 물건을 들인다.


  이렇게 1년 남짓 지내며 쓰고 있는 물건들 중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계속 쓰고 싶은 주방도구가 있다. 매일 마시는 커피를 위한 '모카포트'와 매일 마시는 물을 위한 '브리타 정수기(간이 정수기)'가 그것이다.


  모카포트는 에스프레소 머신, 캡슐커피 머신, 드립 커피를 위한 도구들, 일회용 드립백 등 커피를 위한 도구들 중 우리나라에서는 덜 쓰이는 편이다. 내 경우에는 커피를 위한 대부분의 도구를 다 써보았는데 그 중 평생 쓰고 싶은 것이 모카포트이다. 모카포트는 이탈리아의 정체성이라고도 불리는 물건으로 대부분의 가정집에서 쓴다고 한다. 아래층에 넣은 물이 끓어 증기가 올라와서 중간층의 원두 가루를 통과해 윗층에 커피를 내어주는 방식인데 에스프레소보다는 연하고 아메리카노보단 진한 커피가 추출된다. 내 경우는 원두의 맛이나 그 날의 기분에 따라 물의 양을 조절해서 취향껏 커피를 마시고 있다.  

  

  모카포트 사용법은 간편하다. 아래층에 물을 담고 중간층에 원두 가루를 담는다. 그리고 가스레인지에 올린다. 5분 정도 후에 커피가 추출된다. 커피를 마시고 중간층에 담았던 원두 가루를 버린다. 모카포트를 물로 씼는다. 물로만 씻어야 해서 나처럼 대충 지내고 싶은 사람에게는 아주 큰 장점이다. 위생 관념이 철저한 사람에게는 단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써봤던 어떤 커피 도구들보다 간편해서 좋다.

  

  이 과정에 쓰레기는 나오지 않는다. 쓰레기라면 원두 가루 자체와 원두 가루가 담겨 있던 봉투인데 한 번 내릴 때 15g에서 20g씩 쓰니 200g짜리 원두를 사면 10번도 더 내리기에 10회 쓰면 한번의 쓰레기가 나온다고 보면 된다. 편안한 슐 커피도, 일회용 드립백도 매번 쓰레기가 나오는데, 편리하게 쓰면서도 쓰레기도 덜 나온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기후 위기가 시시각각으로 눈에 보이는 요즘, 환경을 위한 실천은 사실 어렵다. 물티슈 대신 행주 쓰기, 테이크아웃잔 대신 텀블러 쓰기 등 사소한 일들도 번거로움을 동반한다. 그런데 모카포트는 더 편하면서도 쓰레기를 줄일 수 있어 좋다.


  마지막으로 내게 중요한 점인데 캠핑 갈 때도 가져갈 수 있다. 드립백보다는 부피가 크지만 커피머신들보다 작고 물과 불만 있으면 되니까, 자연 속의 아침에 새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내려 진하게 퍼지는 향을 맡는 호사를 누리기 쉽다. 예전엔 믹스 커피를 몇 봉 챙겼는데 물 끓이는 수고와 큰 차이도 없으면서 감성이 부족했다. 모카포트가 만들어 주는 아침의 캠핑장 분위기는 아름답다.      

  

  브리타 정수기는 간이 정수기이다. 간이 정수기들 중 브리타는 독일 브랜드인데 세계 점유율 1위라고 한다. 사실 이런게 있는 줄 몰랐는데 캐나다에 와 생필품을 사러 코스트코에 갔는데 브리타 정수기와 필터를 중앙에서 팔고 있어 알게 되었다. 캐나다는 물값도 비싼데 패트병에 자동으로 붙는 재활용 보증금과 환경 부담금이 비싸서 브리타 정수기를 샀다. 1년 쓰고 나니 한국에서도 간이 정수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친정집에서는 정수기를 썼고 신혼집에서는 패트병 물을 사마셨다. 정수기는 편하지만 부피가 컸고, 종종 관리 기사와 약속을 잡고 관리를 받아야 해서 불편했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는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 정수기를 사지 않았다. 대신 2리터짜리 물을 사마셨는데 장 볼때마다 두 세병씩 사다가 무겁고 불편해서 2주에 한 번 문 앞에 물을 가져다주는 생수 구독을 했다. 한 번에 12병씩 물을 가져다주어 편했지만 매일  나오는 패트병 쓰레기에 마음이 불편했다. 생수병 띠를 제거하고 말려 압축해서 재활용쓰레기통에 모았다가 주말에 분리수거를 위해 밖에 나갈 때마다 고작 둘이 만들어낸 쓰레기가 싫었다.


  브리타 정수기는 윗층에 물을 부으면 가운데 필터를 거쳐 아래로 물이 내려온다. 사용법이 간편하고 정수기보다 부피가 작다. 1~2달에 한 번 필터를 교체하면 되기 때문에 비용적인 부담도 적다. 내가 씻기에 관리 기사와의 만남도 없다. 캠핑장에 갈 때도 브리타 정수기를 챙겨간다. 캠핑장 물을 한 번 더 정수해서 마신다. 편리함과 비용도 마음에 들지만 패트병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는게 가장 좋다. 2주에 12병씩 쓰레기를 만들던 우리는 이제 한 두달에 한번 필터 쓰레기만 만든다. 검색해보니 한국에서는 필터도 재활용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두 가지 주방도구는 내 생활에 필수적이면서 맘에 꼭 들어 한국에서도 계속 쓰고 싶다. 한국엔 무서운 폭우가 쏟아졌고, 하와이 마우이섬, 캐나다 숲은 불 타고, 미국 플로리다 바다는 목욕탕 물처럼 따뜻하다. 연일 들려오는 악화된 환경에 대한 소식에 무엇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다. 물티슈도 쓰고 일회용품도 쓰지만 죄책감을 한 조각이라도 덜어낼 선택들을 하고 싶다. 쓰레기를 덜 만들고, 오래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고심해서 고르는 것도 그 선택들 중 하나일 터. 내 마음의 불편함을 더는 작은 행동으로 기후 위기가 한 시간이라도 늦춰진다면 계속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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