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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각 Jan 28. 2024

강아지와 함께하는 요가, 밴쿠버 퍼피요가

생후 두달 된 강아지들과 함께 놀 수 있는 기회

  팔뚝보다 작은 크기의 인절미 같은 강아지들이 폴짝 폴짝 뛰어다니는 모습. 골든 리트리버 강아지들이 너른 잔디에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유투브로 종종 봤다. 대형견의 아가들은 어쩜 그렇게 통통하고 몸에 비해 커다란 왕발을 가졌는지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았다. 공부가 힘든 날이나 머리가 아픈 날엔 침대에 누워 강아지들의 영상을 봤다. 그러다가 알고리즘에 의해 새로운 영상을 하나 발견했다. 요가 매트를 깔고 요가를 하는 사람들 사이로 우다다 뛰어다니는 강아지들, 요가 하는 사람의 양말을 물고 잡아당기거나 배 위에 올라 앉아 잠을 자는 강아지들의 모습이었다. 저 천국 같은 요가 스튜디오는 어디지? 재빨리 영상의 출처를 찾아보니 계정 이름이 퍼피요가_밴쿠버 였다. 밴쿠버라니, 내가 살고 있는 이 밴쿠버에 강아지와 함께 요가하는 곳이 있었던 것이다.


  서둘러 홈페이지에 들어가 가장 빠른 시간대의 요가 수업에 등록했다. 30분 동안 강아지들은 자유롭게 뛰어놀고 사람들은 요가를 하고 30분 동안에는 강아지들과 노는 구성이었고 한 사람에 45불이었다. 비싼 가격이긴 했지만 밴쿠버에서는 두 사람이 가벼운 한 끼 외식을 해도 그 가격이 나온다. 외식도 안하고 사는데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이런 특별한 시간을 놓칠 순 없었다.


  수업은 목요일과 주말에만 열려서 설레는 마음으로 며칠을 보냈다. 이번 주에는 노바 스코샤 덕 톨링 리트리버(Nova Scotia Duck Tolling Retriever) 아기들이 온다고 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이 개는 리트리버 종 중에 가장 작은 종이라고 했다. 낯선 이름에 당장 검색을 해 사진을 보고는 나는 당장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아기인 톨러들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퍼피요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니 매주 리트리버, 버니즈 마운틴 독, 포인터, 사모예드, 허스키, 슈나우져, 오스트리안 셰퍼드, 보더콜리 등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강아지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온통 강아지 생각뿐인 나는 어떻게 7-10주 정도 된, 매주 다른 종류의 강아지들이 퍼피 요가 수업에 올 수 있는건지 궁금했다.수업 날을 기다리는 동안 밴쿠버의 반려견 문화에 대해 좀 알아보았다.

구글 검색 화면 캡쳐


  캐나다에 와서 우리나라와 제일 다르다고 느낀 점은 반려견 문화이다. 대부분이 대형견을 키우고 있는 것 같아 보였고, 집 근처 공원엔 목줄을 풀어 놓을 수 있는 공원(오프리쉬)이 많고 오프리쉬 해변이 많다. 산책을 가면 자유롭고 신나게 뛰어노는 개들을 수십마리 볼 수 있다. 원반이나 공, 나뭇가지를 던져주는 주인들의 행복한 얼굴을 매일 본다. 꼬마들도 강아지를 아주 잘 다룬다. 전에 캠핑장에서는 꼬마 아이가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산책 시키며 어찌나 엄하게 훈육하는지 웃음이 났다. 이렇게 개와 함께하는 것이 당연한 나라인데 개의 복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펫숍에서 개를 구할 수 없다. 개와 가족이 되는 방법은 크게 신뢰할 만한 브리더(Breeders, 개의 혈통을 관리하고 분양을 하는 사람)에게 강아지를 입양하는 것과, 유기견 단체를 통해 입양을 하는 것이다. 작년에는 이효리가 구조한 유기견들 중에서 캐나다로 입양 보낸 강아지들을 다시 만나러 캐나다로 향했던 여정을 담은 '캐나다 체크인'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되기도 했다. 


  자격과 인증을 갖춘 브리더는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개를 키우고, 개가 아프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책임감 있게 개와 가족이 될 입양처를 골라 강아지를 입양 보낸다. 이 때 8주 이내의 강아지를 입양 보내는 것은 불법이다. 브리더와 엄마 아빠 개와 함께 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강아지에게는 사회화 교육이 필요하다. 생후 3주부터 14주 사이에 강아지 사회화를 시키지 않으면,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자리잡아 다양한 환경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브리더들은 사회화 교육이 필요한 시기의 강아지들을 데리고 퍼피 요가 수업에 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사람들은 똥꼬발랄한 강아지들과 행복한 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수업 당일 날 다운타운에 있는 요가 스튜디오로 찾아갔다. 차가 막혀 수업에 늦을까봐 너무 일찍 출발한 바람에 일등으로 도착했다. 열 몇마리의 인절미 같은 톨러 강아지들이 울타리 안에서 작은 꼬리를 흔들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브리더 엄마와 퍼피요가 운영자가 한마리 한마리 닦아주며 강아지를 꼭 안고 있었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며 내가 있는 곳으로 자꾸만 다가오는 강아지들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사람들이 다 도착하고 요가 매트를 놓고 기다리고 있으니, 운영자가 강아지 한마리를 안고 서서 얘기했다. 이 아이들은 7-8주 된 강아지들이고, 아직 아기이니 엉덩이를 받치고 편안하게 안아주라고 했다. 요가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하자 운영자가 울타리를 열어주었다. 강아지들은 아장 아장 걷기도 폴짝 폴짝 뛰기도 하면서 요가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사실 사람들은 요가를 할 수 없었다. 뭔가 선생님과 비슷한 자세를 대충 취해놓고 강아지들만 볼 뿐이었다. 사람들은 "오 마이 갓. 감자 같아!" 라며 속삭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말랑 말랑하게 생긴 강아지를 찹쌀떡이나 인절미에 비유하는데, 외국에서는 포테이토! 라고 외치며 감자에 비유하는 것 같았다. 벌써 여러명이 포테이토라고 외쳤다.

감자 같다


  그렇게 한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남편이 엎드린 자세로 얼굴을 바닥에 붙이는 자세를 하고 있는데 강아지 한마리가 아장 아장 걸어와 남편의 이마에 코를 댔다. 그 때 남편 얼굴에 번지던 순수한 행복의 웃음. 수업 중간 중간 운영자가 강아지를 품에 안겨주었는데, 선한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던 강아지가 불편한지 몸을 움직이면 사람들은 조용히 강아지들을 놓아주었다. 아무도 강아지를 괴롭히지 않고, 아무도 억지로 잡아두지 않았다. 다들 조용히 감탄하며 강아지들이 내 옆을 지나가주길, 내 손을 핥아주길 바라며 바라보고 종종 놀아주었다. 요가 선생님도 요가에 집중하지 못하시는건 마찬가지였다. 강아지가 다리 근처에, 얼굴 근처에 자꾸 나타나 내내 웃고 있는 선생님의 얼굴을 보니 최고의 직업을 가지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요가 자격증을 따고 싶었다.

내가 당장 요가선생님이 되고싶다



  나도 테이블 자세를 하고 있을 때 강아지가 내 종아리를 밟고 지나가거나, 누워 있을 때 볼을 핥거나 배 위에 올라오는 순간들에 한껏 행복했다. 폴짝 폴짝 뛰는 하찮은 몸짓을 바라보며 행복했다. 요즘 내 생활에 큰 문제가 생겨서 마음이 복잡했는데, 이 수업을 듣는 동안 정말이지 고민과 걱정은 한 톨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현재에 머물러 있는 기분은 일상에서 느끼기 쉽지 않다. 이 한 시간 동안 오직 강아지들에게만 집중하며 몸을 움직이고 스트레칭을 하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단단해진 듯 했다.


  마지막에 내 품에 안겨 있던, 다른 강아지들보다 차분하고 자그마했던 강아지의 온기가 여전히 느껴지는 것 같다.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너무 빨리 크는 강아지의 아기 때를 절대 잊지 못한다고 하던데 그 마음을 조금쯤 알 것 같다.



  행복과 힐링을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고 소개하는 퍼피 요가. 이 수업이 강아지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사람들과 함께 오래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그저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에 홀려 수업을 신청했지만, 그 덕분에 개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캐나다의 반려견 문화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언젠가 내 세계에 강아지가 들어올 날도 있겠지? 우리나라에서도 갓 태어난 강아지들이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이 점점 더 잘 갖추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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