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에 취한 사람들을 실망하겠지만 영국인의 머리에 한국은 거의 없다. 무관심이라기 보다는 그냥 한국을 잘 모르는 것이다. 유투브 국뽕채널은 BTS한류, 손흥민 선수 같은 스포츠 스타를 소재로 한국이 세계의 중심인 것처럼 편집하고 애국심으로 구독자수를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영국인들의 머리에 한국이라는 나라는 거의 없다. 한국은 이제 막 그들의 눈에 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객관적으로 영국입장을 본다면 이러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영국미디어가 커버할 만한 한국관련 소식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영연방국가는 현재 전세계에 걸쳐 50여 개국에 달하고 있다. 15세기 유럽인들이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시작된 식민주의는 20세기 중반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지속되었다. 이 긴 시간의 여정에서 1800년대 초부터 1914년 1차 세계대전 전까지 100년은 영국의 전성기였다. 이 기간을 사람들은 Pax Britannica라고 부르는데 현재의 미국처럼 영국이 세계의 경찰과도 같은 위상을 가졌던 시기이다. 이러한 영국의 힘은 현재 영연방국가의 숫자에서 감을 잡을 수 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은 이제는 해가 졌지만 아직도 아프리카 18개국, 아시아 8개국, 카리브해 및 아메리카 13개국, 태평양11 개국의 영연방국가를 가지고 있다. 이 국가들은 4년 만에 한 번씩 그들만의 올림픽인 영연방체육대회를 개최하여 우호를 증진하고 있다.
영국의 관심은 이들 국가가 먼저 일 수 밖에 없다. 아시아에서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스리랑카, 몰디브가 이에 속한다. 특히 이 중에서도 인도는 영국과 밀접한 관계이다. 영국은 제국의 전성기에 아시아에서 인도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였다. 인도는 영국이 아시아에서 식민지들을 개척하는 데 필요한 관문 역할을 했다.
현재 영국에서 ‘아시아’하면 보통 인도 아대륙(Indian subcontinent) 국가들을 의미한다. 우리는 영국인들이 ‘아시아’를 들으면 한중일 사람의 얼굴을 먼저 연상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생각은 우리 중심적 사고이다. 영국에서 인도, 파키스탄은 영국인 생활의 일부이다. 이들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주하여 살고 있으며 영국 방송은 인도, 파키스탄에서 일어나는 큰 일을 영국의 국내 뉴스처럼 다루고 있다. 인도계 출신인 Rishi Sunak이 현재 영국총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사회적 환경이 있기 때문이다.
인도 아대륙 다음으로는 영국의 관심은 동남 아시아 국가들이다. 영연방 소속인 말레이지아, 싱가포르에서 일어나는 일도 영국뉴스에서 자주 다루어진다. 영국사람에게 내가 어디서 왔는지 맞춰보라고 했을 때 그들의 답을 듣고 꽤나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중국, 일본 혹은 일본, 중국 순으로 답을 했으면 그 다음에는 Korea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 다음 순서는 싱가포르, 말레이지아로 간다.
중국은 영연방 국가가 아니어도 독자적으로 유명하다. 스코틀랜드 산골짜기 마을에 가도 중국식당이 있었다. 영국인은 한중일 관련된 것은 그냥 ‘Chinese’로 일괄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영국의 한 라디오 방송에서 김치를 다룬 적이 있었다. 한국 여성 출연자가 김치의 재료를 설명하며 배추를 말하자 영국의 여성 사회자는 “아 Chinese leaves를 쓰는 군요”라고 응대했다. 한국 출연자가 “아니 이것은 Korea에서 재배된 것이에요”라고 하자 사회자는 다시 “네 그렇군요 Chinese leaves 이네요”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발끈한 한국 여성이 “이건 Korea에서 생산된 것이라고!”하여 순간 정적이 흘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