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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한 나라 일본

by 최후의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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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일본을 대하는 것을 보면 좀 약이 오를 정도이다. 영국이 왜 그렇게 일본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공식 명칭은 한국이 먼저 나오는 Korea-Japan World Cup이지만 영국 방송은 대회기간 내내 Japan-Korea World Cup으로 표기했던 것이 기억 난다. 두 나라는 공통점이 꽤 있다. 모두 섬나라이면서 국왕을 섬기는 국가이다. 역사적으로도 긴 동맹의 기간도 있었다. 양국은 1902년부터 20년간 영일동맹을 통해 제국주의의 공동 이익을 증진했던 역사적 유대를 가지고 있다.


영국인과 일본인은 성향이 비슷하다. 매우 젊잖고 속내를 전혀 모른다. 나는 영국에서 알바를 위해 인터뷰를 하고 번번이 실패했지만 “떨어졌네”라고 생각하며 집에 돌아온 적이 없다. 이 정도로 겉으로 매너가 좋고 싫은 표현을 하지 않는다. 이 좋은 매너는 영국에 있는 편지문화로 잘 전달되어 온다. 편지에는 “이 번에 일할 기회를 가지게 되지 못해서 유감스럽습니다”라고 정중하게 시작해 핵심은 당신은 떨어졌다는 것을 통보한다.


이런 영국인의 눈에도 일본인의 정중함은 한 차원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일본을 방문한 영국친구에 따르면 일본 지하철 역에는 질서정연한 혼돈(orderly chaos)이 연출된다. 지하철 역의 push man을 보았던 모양이다. 역무원이 이미 승객이 가득 찬 지옥철 객차 안으로 사람들을 마구 밀어 넣은 다음 뒤로 정중히 물러나 기차가 떠날 때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를 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기차가 정시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놀라는데 일본에서는 기차가 몇 초만 늦어도 사과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인이 가지는 일본의 또 다른 이미지는 전자강국의 이미지이다. 영국에서는 약 40년 전에 일본산 자동차와 전자제품들이 대량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일본은 최첨단 기술국가라는 인식이 넓게 퍼져있다. 그리고 일본은 현대의 첨단과 과거의 전통이 공존하는 나라이다. 현대와 과거 사이를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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