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어느 영국인에게 한국에 대한 견해를 물어 본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매우 난감해 할 것이다. 아는 것이 없는데 모른다고 하기에는 좀 미안하다. 만약 지도에서 한국을 찾으라고 한다면 대부분은 헤맬 것이 뻔하다. 그들의 눈에 한국은 수수께끼이다. 중국, 러시아, 일본 사이에 어디쯤 있기는 할 텐데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 서울 올림픽을 통해 영국인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눈을 떴지만 한국과 한국 사람들은 별로 알려진 게 없다.
영국 뉴스에서 한국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한국 대통령들이 영국을 방문하였을 때 한국방송에서는 국왕초청이니 대단한 영접이니 하는데 영국방송에는 제대로 보도도 되지 않는다. 아프리카나 태평양 연안 국가의 정상이 한국을 방문해도 한국 뉴스에 거의 보도되지 않는 것과 비슷하게 이해하면 된다.
영국 BBC에서 한국뉴스는 주로 북한 때문에 보도된다.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끌었던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은 영국인에게 한국의 존재를 다시 상기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영국 BBC, ITV에 한국이 소개되는 경우는 북한 핵실험 소식이거나 한반도에 충돌의 위험이 고조되는 사건이 생길 때이다. 많은 영국인들은 삼성폰과 삼성컴퓨터를 사용하고, 현대와 기아차를 몰고 다니지만 그것들이 일본산이 아니라 한국산이라는 것을 잘 모른다.
영국인도 대한민국은 고속 발전을 이룩한 경제대국이며 기술, 인프라,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선도적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잘 안다. 그런데 이러한 성취에도 상대적으로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왜 그런가?”의 질문에 심각하게 생각하던 영국 친구 Darren은 멋쩍게 말한다. “아마도 수세기에 걸친 위협, 침략, 분단의 역사가 아주 조심스러운 나라로 만든 것 같다. 자신감 있게 자신을 내세우지 못하는 나라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