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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르빠 Apr 30. 2024

우즈베키스탄 목화밭에서 울고 떠난 ‘하사와 병장’

목화는 우즈베키스탄의 주요 농산품 중 하나다. 목화 수확에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얼마 전까지도 우즈베키스탄 공무원들이 목화 수확에 동원됐단다. 목화 수확 철이 되면 비가 잦아지고, 다 자란 목화가 비를 맞으면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단기에 집중적으로 목화를 수확하기 위해 공무원이나 학생들을 동원했다고 한다. 특히나 정부 부처별로 할당된 지역이 있고, 거기서 수확한 목화를 판매하여 해당 부처의 예산에 보탰단다. 요즘은 목화 수확이 자발적 참여로 바뀌었다는데, 누가 지원하겠나 싶지만 놀랍게도 지원자가 있단다. 


약 두 달 전 안디잔(Andijon)과 페르가나(Fargʻona)로 출장을 가다가 도로 옆으로 끝없이 펼쳐진 정체불명의 밭을 보고 우즈베키스탄 현지 직원에게 무슨 밭인 지 물어보았다. 목화밭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솜이 맺히기 전이라 무슨 채소밭 같았지만 그게 바로 말로만 듣던 목화밭이란다.  


들판의 광활함, 그리고 망설임 없이 돌아온 현지 직원의 대답에서 일종의 처절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냥 걸어서 지나더라도 반도 못 가 거품을 물고 쓰러질 것 같은 막막한 밭고랑을 두고 그렇게 서슴없이 목화밭이라는 대답이 나와서는 안 될 것만 같았다.     


거기다 1인당 수확 할당량이 60Kg이란다. 목화밭에서 만나 목화밭에서 헤어진 소녀와의 사랑을 노래했던 ‘하사와 병장’도 목화 2인분 120Kg를 따보았다면 미련 없이 소녀를 잊었으리라 싶다.  


어제 우즈베키스탄 모 공무원으로부터 목화밭 출정 의향이 있는지 문의가 왔다. 물론 농담이었지만, 그 공무원은 이미 우리가 목화밭고랑을 목격해 버렸다는 사실을 몰랐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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