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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리스 가도

Road to Sepphoris

by 슈르빠

소년은 얼마 전부터 아버지를 따라 세포리스로 일을 다닌다.


연장을 챙겨 들고 나선 길가에 들풀이 꽃을 피웠다. 소년은 허리를 구부리고 신기한 듯 바라본다. 앞서 가던 아버지가 되돌아보며 길을 재촉한다.


그동안 일한 품삯을 받았다. 근처 시장에서 밀가루와 말린 생선을 샀다. 집에 기다리고 있을 어머니와 동생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다.


시장에 들르느라 돌아오는 길이 늦었다. 어둠 속에서도 들꽃은 꽃잎을 접지 않고 소년을 기다려주었다. 아버지는 다시 길을 재촉한다.


나사렛에서 세포리스(Sepphoris, Tzippori)까지의 약 6km 길은 어린 예수님이 아버지 요셉을 따라 일하러 다니시던 길이다.

예수님이 보시던 들꽃, 예수님 발끝에 차이던 돌부리가 그대로 남아 있다. 아니, 예수님이 어릴 적 모습 그대로 앉아 계실지도 모른다.


언제 한번 가볼 수 있을까. 오래전 위시리스트에 올리고 나서 아직도 지우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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