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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혁명

by 슈르빠

1865년 독일 프랑크프루트 어느 주택가에 마차 한 대가 정차했다. 마차에서 내린 중년의 남자는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 외투도 벗지 않은 채 종이에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래 이거야!'라는 듯 희열에 찬 표정을 지었다.


19C 중반 독일의 화학자였던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케쿨레(Friedrich August Kekulé, 1829-1896)는 벤젠(C₆H₆)의 분자구조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유기화합물의 분자 구조에 대한 이해가 매우 제한적이었고, 유기화합물들이 직선형의 단순한 구조를 가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화학자들은 벤젠과 같은 대칭적이고 안정적인 화합물을 다루면서 직선형 구조로는 설명할 수 없는 화학적 성질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것은 당시 화학자들의 골치를 썩이는 난제였으며, 케쿨레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 날 저녁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던 케쿨레는 마차에서 잠깐 잠이 든 사이 뱀이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꿈을 꾸었다.


여기서 영감을 얻은 케쿨레가 고리형 분자구조를 적용해 보니 직선 구조로는 설명되지 않던 벤젠의 성질이 명확하게 설명되는 것이었다.


케쿨레는 후에 자신의 벤젠 분자구조 발표를 기념하는 자리에서 이 일화를 공개했다.


인공지능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앞으로의 과학 연구는 영감과 창의력의 승부가 될 것이다. 아인슈타인이나 파인만 같은 천재성이 아니라도 창의력과 통찰력만으로도 획기적인 과학적 발견이나 성과를 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세상에는 영감이 풍부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인재가 수없이 많다. 이들이 부족한 지식은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채우고 자신들의 강점인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집중한다면, 앞으로 산업혁명을 뛰어넘는 엄청난 혁명의 시대가 도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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