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 게임을 하여 20번 연달아 이기는 사람이 나올 확률은 0에 가깝다. 그런데, 1,048,576명이 모여 토너먼트 방식으로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면 연달아 20번 이기는 사람이 필연적으로 나오게 된다.
10cm의 끈을 3 등분한다고 하자. 한 등분은 3.333... cm로 그 수치가 확정되지 않고, 우리가 가진 눈금자로는 등분을 나눌 지점을 정할 수 없다. 그러나 끈을 세 겹으로 포개서 접어보면 3 등분할 지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수치가 확정되지 않아도 나눌 지점을 특정할 수 있다는 것이 모순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본질이 달라진 건 없다. 근원적인 확률은 그대로이지만 토너먼트라는 게임방식으로 인해 필연적인 결과가 나오도록 세팅되었을 뿐이다.
눈금자로 3.333...cm씩 3 등분할 지점을 특정할 수 없는 것은 10진법 때문이다. 3진법 눈금자를 사용하면 총길이 101(3진법)에서 1.1(3진법)씩 3 등분할 지점을 정확하게 확정할 수 있다(10진법: 10/3=3.333..., 3진법: 101/10=1.1)
세상에는 부수적인 것이 허상을 만들어내고, 그 허상이 본질인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악을 선으로 위장하고 선을 악으로 폄훼하는 일이 밥 먹듯 일어난다. 그렇기에 끊임없는 통찰과 깨우침을 통해 허상을 걷어내고 본질을 회복해 가는 긴 여정이 인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