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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 & Speculation

by 슈르빠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들 중에는 쓰이던 말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것들이 있다.


'애프터 서비스(After Service)'라는 표현은 '편의 서비스(Apt Service)'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본의 전자 및 가전 산업이 번성하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이 표현이 한국에 들어와 '후속 서비스'라는 의미의 '애프터 서비스'로 변형되었다.


댓글을 뜻하는 '리플'은 일반적으로 'reply'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leaflette' 즉, 작은 나뭇잎 모양의 글주머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던 초창기, 짧은 글을 나뭇잎에 새겨 띄워 보낸다는 의미에서 나뭇잎 형태의 텍스트 상자가 사용되기도 했다. 여기서 '리플(leafl.)'이라는 단어가 탄생했고, 이것이 이후 '리플라이'로 변형되었다. 확인차 인공지능에게 물었더니 그런 일은 없다고 한사코 부인한다. 댓글은 '회신'이 아닌 'comment'로, 'reply'가 등장할 이유가 없으며, 리플은 댓글을 쓰는 글주머니 모양에서 나온 말이라고 알려주어도 고집을 꺽지 않는다. 나이 어린 인공지능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벼룩시장을 'free market'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물건을 내다 팔 수 있다'는 이미지가 각인되어 생긴 오해이다. '잠시 열렸다 금방 사라지는' 특성에서 유래한 'flea market'이 올바른 표현이다.


'after', 'reply', 'free' 같은 단어들은 본래의 단어가 아닌 엇비슷한 것을 대입시켜 보다 얻은 추측(speculation)의 산물이지만, 때론 사실(fact) 보다 더 합리적이고 그럴싸해 보인다. 살아가 보면 이처럼 사실보다 추측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이는 순간을 자주 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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