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영어 교과서에서 처음 만난 폴 빌라드의 <이해의 선물>은 사춘기 한복판에 있던 내게 가볍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탕 몇 알을 집어 들고 천진하게 내밀던 아이의 손바닥 위, 은박지에 싸인 여섯 개의 버찌 씨앗. 거기에 잔돈을 거슬러 주던 위그든 씨의 모습은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주었다. 코끝에 걸린 안경 너머로 아이를 보던 그의 시선은 결국 나를 인간 톨스토이에게로 이끄는 이정표가 되었다.
나는 음악마저도 주님보다 더 사랑하는 우상이 되지 않기를 늘 경계하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톨스토이를 눈물짓게 했던 <안단테 칸타빌레>만큼은 마음 한구석의 죄책감을 내려놓고, 오롯이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 선율 속에서 나는 차이코프스키와 위그든 씨와 톨스토이와 그들 뒤에 웃고 계시는 예수님을 만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날들에는 편안하고 따스한 안단테의 선율이 세상 사람들의 마음속에 강물처럼 흐르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그들도 그 속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함께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