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진실

by 슈르빠

야구장 관중이 입장할 때 입구에서 흰 공과 빨간 공이 든 상자에서 공을 뽑아 같은 색 의자에 앉는다고 가정하자. 관중이 앉을자리는 확률적으로 결정되는 공 뽑기 결과에 달려있다. 이제 순서를 바꾸어 자리에 먼저 앉은 다음 공을 뽑는다고 가정하자. 어떤 의자에 앉아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첫 관중이 흰 의자를 선택해 앉은 뒤 공을 뽑았더니 흰 공이 나왔다. 두 번째 관중이 빨간 의자에 앉은 뒤 공을 뽑았더니 빨간 공이 나왔다. 모든 관중이 의자에 먼저 앉은 다음 공을 뽑았음에도 결과는 항상 의자 색과 일치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터무니없는 이야기 같지만, 양자 세계에서 이것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실험이 '지연된 선택 양자 지우개 실험'이다.


양자(quantum)는 여러 상태가 확률적으로 중첩되어 있으며, 입자성과 파동성이라는 이중성을 가진다.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양자는 관측 전까지 중첩 상태로 존재하다가, 관측되는 시점에 확률 파동함수가 붕괴하여 입자 상태로 확정된다.

이중 슬릿 실험에서 광자가 화면에 도달하기 전까지 관측되지 않으면 파동성을 유지하며 간섭무늬를 형성한다. 하지만 도중에 관측이 이루어지는 순간 광자는 입자처럼 행동하여 간섭무늬 대신 두 줄의 흔적만을 남긴다.


과학자들은 여기서 나아가 '지연된 선택 양자 지우개 실험'을 설계했다. 각 슬릿에 편광판을 설치해 광자가 어느 쪽을 통과했는지 경로 정보를 남기는 방식이다. 슬릿을 통과한 광자는 비선형 결정을 지나며 얽힘 상태인 두 개의 광자로 분리된다. 하나는 화면으로 향하고, 다른 하나는 검출기로 향한다.

검출기에 도달한 광자의 경로 정보는 확률적으로 유지되거나 삭제된다. 이때 경로 정보가 지워진 광자와 얽힌 화면 쪽 광자들은 화면에 간섭무늬를 형성한다. 반대로 정보가 유지된 광자와 얽힌 광자들은 입자로서의 무늬만을 나타낸다. 여기서 핵심은 화면에 흔적이 남는 시점이 검출기에서 정보가 결정되는 시점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미래의 정보 선택이 과거의 물리적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나타난다.


결론적으로 화면의 간섭무늬 유무는 나중에 결정되는 경로 정보의 존재 여부와 일치한다. 이는 정보의 획득이나 삭제가 시점과 상관없이 양자의 상태를 결정함을 보여준다. 즉, 먼저 찍힌 화면의 흔적과 나중에 결정된 정보 상태가 서로 대응된다. 시간적 순서보다 '정보의 가용성'이 중첩의 붕괴를 결정하는 요소라는 것을 보여 준다.

원인보다 결과가 먼저 발생했음에도 결과가 나중에 결정된 원인에 부합하는 상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미래에 확률적으로 결정될 사건이 오늘에 미리 반영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다만, 이것이 미래의 원인이 과거를 변화시킨다는 뜻은 아니다. 과거와 미래가 얽혀 있다는 사실만을 의미한다. 시간의 선후 관계와 상관없이 비국소성에 의해 과거, 현재, 미래의 사건이 양자 얽힘으로 연결됨을 의미한다.

또한 과거나 현재의 결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뜻도 아니다. 미래의 사건이 발생한 후 현재나 과거를 확인하면, 그 결과가 미래의 정보와 일치하는 상태로 결정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오늘의 사건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와 얽힌 과거와 미래를 양자 얽힘의 관점에서 통합하여 보아야 한다. 그때 비로소 사건의 전모를 알 수 있다.

성경 말씀 한 조각조각이 하나도 틀린 곳이 없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고린도전서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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