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 형제

by 슈르빠

인간의 몸이 단일 생명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와 결합된 복합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간을 이처럼 복합적인 존재로 정의하게 만드는 주인공은 바로 미토콘드리아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부로 들어오기 전까지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던 박테리아의 일종이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속에서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인간의 DNA와는 다른 독자적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핵 유전자의 지시를 받지 않고 별개로 번식하며, 어머니의 난자를 거쳐 자손에게 이어진다.

미토콘드리아는 인간뿐만 아니라 식물, 균류, 곰팡이 등 거의 모든 진핵생물의 세포 속에 존재한다. 이처럼 미토콘드리아가 다양한 생명체의 세포 내로 유입되어 공생하게 된 과정은 지구 환경의 거대한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초기 지구 생명체들은 황화수소 등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었다. 그러나 황화수소는 공급이 제한적인 희귀 자원이었기에, 당시 생명체들은 개체 수나 활동 범위 면에서 미약한 수준으로 명맥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시아노박테리아로 불리는 남세균이 등장하면서 지구에는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남세균은 지구에 풍부했던 물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고, 그 부산물로 산소를 배출했다. 물이 흔했던 만큼 남세균은 폭발적으로 증식했으며, 이에 비례해 대기 중 산소 농도도 빠르게 높아졌다.

산소는 강력한 독성을 지녔기에 많은 생명체가 멸종했지만, 역설적으로 이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생명체가 등장했다. 이것이 바로 미토콘드리아의 조상 격인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 계열의 세균이었다.


당시 생명체들은 해당 작용(Glycolysis)으로 포도당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었으나, 그 효율은 매우 낮았다. 이처럼 부족한 에너지 생성 능력은 생명체들의 활동 범위와 개체수 팽창을 저해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던 중 한 포식자 세포가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인 박테리아를 삼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박테리아는 소화되어 사라지는 대신 세포 내부에서 살아남아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해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는 기존의 해당 작용으로 얻던 에너지보다 무려 15~18배에 달하는 양으로, 생명 역사상 전무후무한 에너지 혁명이었다. 이 압도적인 에너지 효율에 매료된 세포는 박테리아를 외지인이 아닌 평생의 동반자로 받아들였고, 이로써 위대한 공생의 막이 올랐다.


미토콘드리아와의 공생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확보한 생명체들은 단세포에서 다세포 생물로의 전환, 복잡한 신체 기관 및 조직의 발달, 능동적인 포식과 이동, 나아가 육상 진출에 이르기까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비약적인 진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러나 빛나는 에너지 혁명 뒤에는 치명적인 그림자가 숨어 있었다.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활성산소를 배출한다는 사실이다. 활성산소는 세포 내 조직을 산화시키고 노화를 가속하는 강력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결과적으로 생명체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얻는 대신, 자신의 수명이 단축되는 가혹한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생존의 조건으로 받아들이게 된 셈이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활성산소를 배출한다는 사실이다. 활성산소는 세포 내 조직을 노화시키고 파괴하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결과적으로 세포는 높은 에너지를 얻는 대신 수명이 단축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받아들이게 된 셈이다. 즉, 미토콘드리아와 공생하기 전의 생명체들이 낮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가늘고 길게 생존했다면, 공생 이후에는 풍부한 에너지를 공급받는 대가로 단축된 수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로 인해 생명체들은 막대한 에너지를 투입해서라도 더욱 적극적으로 번식에 전념할 필요가 생겼다.

이것이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내부에서 마치 우리 몸의 일부분인 것처럼 공생하게 된 배경이다.

세포가 미토콘드리아와 공생하기 전 해당 작용으로 에너지를 얻던 흔적은 오늘날 우리 몸에도 남아 있다. 고지대 등반이나 무거운 짐 운반 같은 고강도 활동 후 근육통과 뻐근함을 유발하는 젖산이 바로 그 증거다. 산소가 부족한 극한 상황에서 세포가 미토콘드리아 대신 고대의 에너지 생성 방식인 해당 작용을 가동하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는 독자적인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모계를 통해서만 유전된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인류의 기원과 민족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발원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에덴동산은 어디에 있었을까?

작가의 이전글미리 그리는 봄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