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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기분 좋게 하는 것들(2)

by 슈르빠

적당하게 허리를 조여주는 바지의 압박은 거친 세상을 마주할 용기를 북돋워준다.


마블링이 선명한 두꺼운 꽃등심은 접시에 담긴 채로 이미 마음을 풍성하게 해 준다.


입금을 알리는 스마트폰의 부들거림은 언제나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한다.


지하철에서 "발 빠짐 주의!", "발 빠짐 주의!" 경고가 들릴 때마다 발이 세로로 달려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밥을 다 먹고도 50분이나 남은 점심시간은 넉넉하게 쌓인 마일리지같이 우리를 흐뭇하게 한다.


겉이 말간 일식집 푸딩계란찜은 마음을 부드럽게 해 준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새벽, 커다란 여행가방을 끌고 공항으로 향할 때면 묘한 선민의식 같은 것을 느낀다.


냉장고 안의 반찬통들을 이리저리 재정리해서 제법 쏠쏠한 크기의 공간을 마련하고 났을 때 마음이 넉넉해진다.


빈칸 하나를 지우자 한 글자만 밑 줄로 넘어가 끝나던 문장이 윗줄로 올라 붙을 때 쾌감을 느낀다.


솥뚜껑을 열었을 때 "쫘아~~" 하는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탱글탱글한 밥알은 우리를 기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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