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건조한 일상에서 지나가 가던 누군가의 반려견이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올려다 봐 줄 때 정체 모를 위로감을 느낀다.
길을 물어오는 외국인에게 서투른 영어지만 설명이 잘 됐다 싶을 때 느끼는 뿌듯함은 이어 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깔깔하고 선명하게 그어지는 형광펜은 상쾌함을 느끼게 해 준다.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져 발라내기 쉽게 등뼈를 드러낸 횟집의 구운 꽁치가 우리를 기쁘게 한다.
한 번만의 후진으로 주차선 가운데 정확하게 주차되었을 때 생각지도 못한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예쁘게 일그러지며 입으로 빨려 들어오는 커피잔의 하트 무늬는 여유로움을 더해준다.
내가 탈 버스가 전광판에 "곧 도착", "여유"라고 뜰 때 고마움을 느낀다.
어림잡아 부은 간장에 찌개의 간이 딱 맞을 때 반찬을 하나 더 만들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아이 웃음같이 환하게 핀 벚꽃은 마음속에 작은 폭죽들을 수없이 터트려 준다.
김치찌개를 먹다 우연히 씹힌 돼지고기는 기분 좋은 작은 놀라움을 안겨준다.
"웅~" 하는 전기버스의 엔진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조용한 복도에서 또각또각 울리는 발자국 소리는 자신을 중요한 사람인 것처럼 느끼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