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같이 각지게 묶인 지폐 다발은 금액이 얼마든 우리의 마음을 그 이상의 부자로 만들어 준다.
먹방 유튜버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국수가락은 막창자 깊숙한 곳까지 내실을 다지는 느낌을 준다.
새로 깐 까만 아스팔트 위로 선명하게 그은 흰 차선은 우리의 마음을 깔끔하게 해 준다.
새로 맞춘 안경이 콧등 위에 착 올라붙을 때 얼굴로 쾌적함을 느낀다.
요란한 엠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갑자기 뚝 멈추면 진공이 된 귓속으로 세상이 빨려 들어오는 것 같다.
버스에서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옆에 서 있으면 자신이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행복감이 밀려온다.
깨끗하고 깔깔한 이불의 촉감은 첫 모금의 사이다와 같은 청량함을 느끼게 해 준다.
'CT 상으로 깨끗합니다'는 의사의 말은 공짜로 받은 큰 선물로 느껴진다.
원목으로 만든 일식집 초밥통의 단아한 재질감은 초밥과 함께 뜯어먹고 싶게 한다.
지루한 수업 중 '오늘 여기까지!'라는 교수님의 느닷없는 선언은 우리의 영혼을 기분 좋은 놀라움으로 채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