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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르빠 May 05. 2024

우리를 기분 좋게 하는 것들(3)

칼같이 각지게 묶인 지폐 다발은 금액이 얼마든 우리의 마음을 이상의 부자로 만들어 준다.


먹방 유튜버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국수가락은 막창자 깊숙한 곳까지 내실을 다지는 느낌을 준다. 


새로 깐 까만 아스팔트 위로  선명하게 그은 흰 차선은 우리의 마음을 깔끔하게 해 준다.


새로 맞춘 안경이 콧등 위에 착 올라붙을 때 얼굴로 쾌적함을 느낀다.


요란한 엠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갑자기 뚝 멈추면 진공이 된 귓속으로 세상이 빨려 들어오는 것 같다.


버스에서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옆에 서 있으면 자신이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행복감이 밀려온다.


깨끗하고 깔깔한 이불의 촉감은 첫 모금의 사이다와 같은  청량함을 느끼게 해 준다.


'CT 상으로 깨끗합니다'는 의사의 말은 공짜로 받은 큰 선물로 느껴진다.


원목으로 만든 일식집 초밥통의 단아한 재질감은 초밥과 함께 뜯어먹고 싶게 한다.


지루한 수업 중 '오늘 여기까지!'라는 교수님의 느닷없는 선언은 우리의 영혼을 기분 좋은 놀라움으로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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