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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르빠 May 07. 2024

우리를 기분 좋게 하는 것들(4)

이발을 하고 돌아온 아이의 말끔한 얼굴은 잘 다듬은 글 한 편 같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한참이나 미소를 짓고 지하철의 맞은편 소녀는 평화롭게 살아가는 호빗마을 사람들을 생각나게 한다.


빛 반사로 화면이 흐릿한 채 셔터를 눌렀으나 선명하게 확 다가오는 사진을 갤러리에서  확인하는 순간 놀라운 작은 기쁨을 맛본다.


엘리베이터에 누군가 남긴  향기로운 비누 냄새는 내가 씻고 난 듯한 상쾌함을 준다.  


탱탱하고 예쁘게 싸여진  쓰레기봉투는 버리기 아까워진다.


링거액 밸브를 능숙하게 조절하고 돌아서는 간호사의 자신 있는 발걸음에서 전문가의 향기가 난다.


스튜어디스가 끌고 나온 카트 위의 노란 병, 파란 병,  빨간 캔은 마시지 않고도 새콤달콤하다.


고도를 높이며 올라가는 비행기의 등받이에서 기분 좋은 압박감을 느낀다.


덜 익은 삼겹살도 살캉살캉 썰리는 가위는 입맛마저 개운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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