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르빠 May 19. 2024

자구로리

교만한 인간들이 바벨탑을 쌓자 하나님은 탑을 무너트리고 언어를 흩트려 놓으셨다.


오래전 일본을 방문했을 때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현지 여행사를 통해 식당 하나를 예약했다. 여행사 직원은 식당에 '라키트라베루'라는 이름으로 예약을 해두었으니 직접 찾아가라고 했다.


왜 그렇게 한 편의 수필같이 길고 신비로운 이름으로 예약했냐고 물었더니, 그게 여행사 이름이라고 했다. '럭키 트래블'(Lucky Travel).

영어 그대로 발음했다가는 종업원이 못 알아들을 수 있으니 반드시 가르쳐준 대로 발음해야 한다고 했다.


식당에서 재미 삼아 영어발음을 시도해 본 결과는 여행사의 예상대로였다.


'마그도 나르도'를 익히 들어 본 적이 있던 터라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허를 찔렸다. 하나의 말도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최근의 '자구로리'라는 또 다른 예를 보며 무너진 바벨탑을 떠올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