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인 진호는 세 살 아래 여동생 미희를 늘 못마땅해했다. 부모님의 모든 시선은 백혈병을 앓는 미희에게 쏠려있었고 자신은 철저히 부모님의 관심밖으로 밀려나 있는 듯했다. 그러다 보니 미희에 대해서는 애처로움보다 언제나 부러움과 질투심이 앞섰다.
어느 날 오후 낮잠에서 깬 진호는 자신의 안경알에 달 모양, 별 모양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미희의 장난이라는 걸 알아챈 진호는 불같이 화를 냈다.
"뭐야 이거!"
"아 놔!, 진짜!"
손톱으로 스티커를 떼어내다 다시 화가 치미는지 소리를 질렀다.
"이봐 찐드기가 안 떨어지잖아!"
미희는 풀 죽은 목소리로
"오빠 미안해..."라고 하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일 때문이었을까, 며칠 뒤 미희의 병세가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긴급하게 병원으로 실려간 미희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늘나라로의 먼 길을 떠나고 말았다.
"밥 먹으러 나와!" 하는 엄마의 부름에도 방안이 조용하다. 여러 번 다시 불러도 아무 반응이 없다.
진호는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엄마가
"밥 안 먹을 거야?"라고 하며 숙이고 있던 진호의 머리를 쳐들었다.
안경알에는 달모양, 별모양 스티커가 잔뜩 붙어 있었고, 안경을 벗겨낸 진호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눈물이 한가득 고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