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느 크리스마스

by 슈르빠

별들이 어린아이처럼 울먹이면 동방박사는 무엇으로 길잡이를 삼나.


밝은 빛이 온 세상을 비춘다는 커다란 대문 앞에 떼창으로 부르는 아파트가 넘쳐나고 촛불이 물결처럼 일렁인다.


올바르지 않은 것에 분노하는 것은 의무이고, 그것을 지적하는 것은 용기지만, 대상에 따른 선별적인 분노와 비판은 또 다른 죄악이다. 누구의 잘못은 모른 체하고 누구의 잘못은 모진 악의로 대한다면 애써 켜든 촛불은 화성처럼 붉은 빛만 쏟아낼 뿐이다.


목자를 제쳐두고 멧돼지가 양 떼의 주인 노릇을 할 수 없다면 들개도 마찬가지다. 의도적으로 어느 한쪽만의 진실을 강변하는 것은 어리석음을 넘어 죄악이다.


자신의 잘못은 숨긴 채 상대를 향한 분노와 비난을 불길처럼 휘몰아서 자신의 숨은 이익을 도모하려는 사람들을 정의롭다 한다면 성탄의 기쁨은 사라지고 언젠가는 황제의 얼굴을 새긴 동전이 등장하게 된다.


성탄의 촛불 앞에서는 씻음 받지 않아도 될 죄는 없다. 미움으로 사람의 마음을 찢거나 누룩이 퍼진 포도즙에 영혼을 맡기는 죄는 더욱 그렇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