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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르빠 Apr 30. 2024

오랜만의 귀향

3월 중순에 타슈켄트에 온 이후 5개월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그 사이 체중이 5Kg나 줄다 보니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납북어부 같단다.  


한국에서 만난 세상은 여전히 빡세게 돌아가고 있었다. 타슈켄트의 느슨한 생활을 떠나 갑자기 빡빡하고 긴장된 일상을 마주하려니 빠르게 달리는 기차에 무거운 백팩을 지고 뛰어오르는 기분이었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무표정한 사람들에게서 이유 없는 섭섭함을 느꼈다. 그동안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다 왔는지 물어 봐주는 사람이 없다. 철책에 근무하는 일등병이 칼같이 다림질한 일계장 피복에다 휘황찬란한 태권도 마크를 가슴에 달고 휴가를 나와도 세상 사람들은 그저 흔한 군인의 한 사람으로 흘려버리듯이, 머나먼 타국에서 나라의 명예를 떨치다 돌아온 사람을 그냥 평범한 동네 아저씨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래. 어차피 내 인생 내가 사는 것, 여기 타슈켄트에서나마 정 붙이고 찰지게 살아야겠다. 내려 쬐는 땡볕에도 대동강 강변에 구경 나온 평양시민 같이 보일까 봐 극구 기피하던 선글라스였지만 이젠 선글라스도 껴야겠다. 납북어부가 된 바에야 평양시민인들 어떠랴.  


무인도에 캐스트 어웨이(cast away) 되었던 톰 행크스는 자신을 기다려 주지 않은 세상에 서운해하지 않았다.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밭을 허허롭게 둘러보다 말없이 떠났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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