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지나면
한 장씩 넘겨지는 시간의 흔적이
2026 병오년에 들어 벌써 또, 그 한 장을 넘긴다.
사고의 고착으로 인한 정체된 의식 속에 또렷이 각인 되는 것은 오직 그에 대한 환영뿐이다.
시간이 지나고 각막이 희미하여진 동공으로도
오직 숨이 쉬는 자의식 속에 그 환영만이 전부인 듯 귀결 되나
지나고 나서 반추하여 생각하여 보면 지난 어제도, 그제도, 시절의 모두가 다 한창인듯하다
나만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세월 지나
불현듯 자각한 모든 순간 들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다.
동토의 대지는 이제 봄을 향해 달린다.
“겨울이 짙으면 곧 봄이 다가오고 있음이 아니던가! “
추억의 찌꺼기에 주저리주저리 엉겨 붙은 그 앙상한 잔해마저 깊은 시름에 덮고
하얀 계곡을 이룬다.
졸졸졸 흐르는 계곡 물소리
사각거리는 葛根의 움트는 소리에 산천의 초목이 기지개 켜면, 복사꽃 온 동네에
하얀 눈꽃을 뿌린 듯이, 윤회 되는 시간의 또 다른 시작이다.
왁짜지껄 빨래터 수다에, 땀 뻘뻘 흘리며 등짐 진 보릿단, 여치 울음소리,
샛노란 골단초 꽃잎이 발그레 홍조를 띄우던 장날, 커다란 봇짐을 머리에 얹고,
갑사치마 양단저고리, 언제나 수줍은 새댁 같은 아련함이여!
모처럼, 아우와 함께한 꼴베기에 때마침 찾아온 소낙비!
거세어진 소낙비를 피하여 우연히 찾아든 오래된 정자터엔 먼저 들어선 동무들로 가득하고
까치발로 모아선 처마끝 낙수물이
톡,
톡,
톡,
하얀 고무신코를 적시면 키득거리는 웃음에도 서러웠거늘
“에헴!”하고 곰방대 툭툭 치며 큰기침하는 할아버지!
“언제쯤 비가 그치려나?”
언제나 퉁박을 받아도 꿋꿋한 할머니는, 달포 후로 다가온 설 장만 장보기가 벌써 부터 한 걱정 인데..
무심한 삽살개는 온 동네방네를,
저 혼자 천지간에 혼잡이고
노을이 한마당 가득할 적,
매캐한 밥 짓는 연기구름 너울너울 산등성을 그렁그렁 넘어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