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두부집

by 별빛단상

창고에나 있을 법한 70년식의 오래된 유머모음 활자 속, 머리빠짐을 회자할 요량이면


"젊은 아내에 가면 늙어 보인다 흰머리가 남아나지 않고

늙은 아내에 가면 젊어 보여 검은머리가 남아나지 않는다"는 머리빠짐 형상을 읽고 나서 키득거리던 시절이

엊그제 인데


원체 기골이 장대 하기도하고

성정까지도 괄괄하시어 장수하신 할아버지도 그러하였거니와

부친께서도 지병을 얻기 전까지는 새치가 하나도 없이 정정하시던

우리 집안의 내력이고 보니


이순을 넘기고도..

새치 하나 없는 것을 자랑삼아

혹은 시샘하듯이 아내를 두고 "영감~할망구~"하고 놀려먹곤 하였는데


얼마전

가까운 산행을 마치고

"두부나 먹으러 갑시다." 하여 모처럼 밝은 대낮에 술잔을 가운데 두고 마주앉아

시시콜콜하게 집안 이야기

친구들과 주변 잡다한 이야기

혹은 손자들 이야기에 흠뻑 빠져


술이 한잔쯤 얼콰 하게 오를 즈음

마주 앉아

다소곳이 듣고만 있던 아내가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일순간에 손뼉을 치며 박장대소한다.


"이제 당신도 노인줄에 들어섰나 보오!"하며

어이없어하는 내게


"가만히 좀 있어봐!" 하며 남의 앞이마를 쓸며

"하나..둘.." 하고 흰머리 숫자를 세어간다.

"일곱..여덟..아홉..."

"어..열개도 훨씬 넘어가고 있는데! ㅎㅎㅎ"


두살이 터울지는 나이에도 자기가 먼저 염색 이다 뭐다하여

애진작에 미장원에 드나들고 있는 것을 놀려먹던 것을 빗대

"평생 그대로 일줄 알아"하고 눈을 하얗게 흘기던 생각이 나서 한참을 함께 웃고 돌아서는 길이


정작으로

매일 아침 세면 하면서 거울 속에 바라 보이는 초로(初老)의 남자가

내 자화상 인것을..


이사람!

우리도 그렇게 그렇게

하나씩 연륜으로 나이테가 쌓아지는 가보오.


심산유곡에 흐르는 고요한 물처럼 소리 없이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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