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관에서 민화와 서예를 수강하는 동료 수강생들, 때로는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나이가 적은 강사님들
까지 딱히 마땅한 호칭이 없어서인지, 서로 ‘아저씨’ 혹은 ‘회원님’이나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불리는 단어 중에 선생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제일 생경하지만, 본래의 의미가 덕업이 있는 사람이나 학업을 가르치는 사람을 이르지만, 외에도 일반적의미로 먼저 태어난 사람들을, 배울 것이 있다는 존경의 의미로
부르기도 하기에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다양하게 나에게 붙여졌던 이름씨중 하나 라는 외에는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나, 호칭에 대해 얽혀있는 여러 가지 일화를 추억 해내기에는 충분하다.
결혼식장에 가면 “신랑 김갑돌군과 신부 김갑순양이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하는 군(君)과 양(孃)이라는 말은, 일제강점기 일본식 존칭의 문화를 거치면서 해방 후까지 변화 없이 그대로 답습되었다.
‘군’은 원래 왕자나 귀족을 나타내는 군호(충의군,무령군)를 비슷한 연배나 아랫사람에게 주로 쓰는 호칭으로 쓰이고,
‘양’은 젊은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로 모후(母后)의 존칭하는 말에서 비롯되었으며, 어원은 어머니 혹은
살찐 어느 동물의 의미를 포함 하고 있다.
양(孃)은,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서 미혼여성을 호칭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으며, 해방이후에 급격한 서구화와 높아진 교육 수준으로, 젊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단어가 되어 ‘군’과 ‘양’이 ‘Mr’ ‘Miss’를 거쳐 ‘홍길동씨’,
혹은 ‘홍길동님’하는 호칭으로 변모하여 지금은 결혼식장같은 특별한 장소 외에는 별로 쓰이지 않는다.
호칭에서 ‘홍길동’하고 이름만 부르면 단순한 호명을 의미하나, “홍길동씨”하고 이름과 함께 부르는
“씨(氏)”라는 단어에는 존칭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굳이 직함과 호칭을 서열대로 나열하자면,
가령, 이름씨없이 직책만 부르는것이 최고의 예우로 “대표님”, “홍길동대표님”, “홍길동대표”, “홍대표”,
“홍길동씨” “홍길동”,그리고 직함 없이 “길동이”하는 순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호칭이라도 듣는 사람에 따라 호칭이 하대로 들릴 수 있고,
존칭의 의미인 “님”같은 단어만 하여도 억지로 붙이는 것도, 때로는 어색할 수 있어서 특히 윗사람에 붙이는 경우, 선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인생에는 만약에 라는 가정이 성립될 수 없지만,
“만약에 그때 서울행 열차를 타지 않았으면” 혹은 “내가 그때 그를 만나지 않았으면”하는 가정을 두고 냄비 속, 추억의 한바탕 회오리가 지금까지 나에 대한 호칭은 어떻게 작용하고 얼마나 많이 변하였나, 하는 부질
없는 사념에서 그냥 실소하다.
나의 이름자 뒤에 붙여졌던 수많은 직책의 변화 속에 존재하였던 것이 곧,
나의 역사라는 고리로 연연히 연결되어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