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날이 밝자 나는 필요한 것을 사러 나갔어야 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위해 집주인분이 같이 지하철을 타주시며 대중교통에 대해 하나하나 알려주셨다.
안 되는 영어로 소통해 가며 필요한 것들을 사고 집주인분이 가장 좋아한다는 한식집에 가 감자탕도 먹었다. 이때 토론토의 외식물가에 깜짝 놀랐다. 감자탕 한 그릇을 먹었을 뿐인데 2만 원이 훨씬 넘었었다.
그렇게 집주인분과 친해진 뒤 담날에 있을 생일파티에 초대받았다. 그때의 난 시차적응 때문에 24시간째 깨어있었는데 파티에 가서도 긴장해서인지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았었다.
파티는 이른 낮부터 시작되었었는데 집주인분이 생일 주인공이라 지인의 집에서 일찍부터 준비를 하게 되어 나도 일찍 가게 되었다. 음식 만드는 것을 도와드리며 아직 어색한 영어로 어떻게든 대화를 해 나아가려고 노력했었다.
다들 나에 대해 물었는데 보통 비슷한 질문들을 받아서 영어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꽤 할 수 있었다.
잠을 자지 못해 거의 반 각성상태로 파티를 끝마치고 난 후 집에 돌아와 잠만 내리 잤다. 그러다 보니 등록했던 어학원에 갈 날이 다가와있었다.
나에게 처음 가는 곳은 항상 불안과 걱정이 함께 했다. 길을 잃으면 어쩌지, 가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등 지금 생각해 보면 사실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는 걱정거리들 뿐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난 혼자 지하철을 타는 것조차 어려워 항상 긴장했었다. 모든 게 영어로 된, 처음 보는 역들 뿐이라, 가끔 들려오는 안내방송에 혹시나 놓치는 정보가 있을까 처음에는 이어폰으로 노래도 듣지 못했다.
내가 6개월을 등록한 어학원은 크지 않은 중소형 학원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지도를 보며 걸어갔다. 주변을 둘러볼 여유는 없었다. 오로지 학원을 찾는 데에만 온 집중을 쏟아내었다.
아침에 원래 나가야 하는 시간보다 훨씬 일찍 출발했기 때문에 학원에는 여유 있게 일찍 도착했다. 학원에 가 신입생 확인을 하고 레벨테스트를 본 뒤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었다.
국적별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는데 나와 같은 시기에 등록한 한국인은 8명이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수였다. 하지만 입국시기가 애매해 현지 유학원에서 연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지 못한 나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미 서로 알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거기에서 사실 더 기가 죽었었다. 새로운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낯선 사람과 친해지는 것은 역시나 너무 어려웠다.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는 동안 정해진 레벨이 점심시간이 지난 후 게시판에 공개되었다. 사실 반보다 중요한 건 보통 반친구들인데 친한 사람이 아직 한 명도 없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나 말고 다른 한국인이 있는지 확인만 했었다.
그렇게 친구 한 명 사귀지 못한 채 어학원에서의 첫날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