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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재 Oct 12. 2023

강아지 임시보호, 한 달 차

박가온 임보일기#6 한 달 만에 우린 

첫 임보견 가온이를 만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가온이와 함께 반려견 훈련사 교육을 받기 시작한 지도 4주 차. 처음 왔을 때는 다리가 다 낫지 않아 절대 앉지 않았는데, 지금은 간식이든 장난감이든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엉덩이부터 바닥에 붙이는 강아지가 되었다. 마구잡이로 손을 내밀기도 하고. 


깡 마른 몸이었는데 한 달 동안 근육도 많이 붙고 살도 오르고 있다. 상처 때문에 바짝 깎았던 털도 많이 자랐다. 새삼 비교해 보니,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예쁘고 튼튼해졌는지. 털이 다 자라면 얼마나 더 늠름해질까? 



가온이와 함께 있다 보면 "보더콜리예요?"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검은색과 흰색의 털 조합, 길고 늘씬한 몸매, 에너지 넘치는 쾌활한 성격 덕분이겠지. 믹스 중에서도 어떤 믹스일지 내심 궁금해 훈련사님께도 수의사 선생님께도 슬쩍 여쭤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매번 다르다. 보더콜리가 좀 섞인 것 같다고 하기도 하고, 수많은 진도가 섞인 거 같다 하기도 하고, 그냥 토종 바둑이 같다고 하기도 하고. 사실 그 누구도 유전자 검사를 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보더콜리라고 생각하고 보면 보더콜리 같기도 한데.. 사실 진짜 보더콜리를 보면 위엄 있는 풍채나 풍성한 털 같은 것들이 꽤 다른 느낌이기도 하다. 가온이는 10킬로 내외 중형견 사이즈에 털도 안 빠지는 편이니까. 그런데 사실 보더콜리든 아니든 무슨 상관일까. 강아지가 귀여우면 됐지. 건강하고 예쁘면 됐지. 여러 혈통이 섞인 가온이는 더 똑똑하고 건강할게 분명하다. 




이번 추석에는 함께 시골을 다녀왔다. 덕분에 가온이는 우리밖에 없는 넓은 잔디 운동장에서 미친 듯이 뛰어놀고, 아기들과 흙을 파고 신나게 놀았다. 맘껏 뛰어다니고 뒹굴며 행복한 강아지를 보면 사람도 함께 행복해진다. 


함께라 더 행복해


가온이가 어린아이들과 만난 건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아이들과도 잘 어울린다. 같이 흙 파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강아지랑 아가들은 정말 닮은 점이 많다. 


흙파기 대결!


이렇게 신나게 논 것까진 좋았는데... 데려가서 목욕을 시키고 가만히 보니 발에 다닥다닥 까만 점 같은 것들이 붙어있다. 떼보니 재빠르게 움직이는 까만 점... 진드기다! 깨알보다 작은 진드기들 수 십 마리가 발바닥 여기저기에 들러붙어 온 것이다. 기함을 하고 달라붙러 핀셋으로 하나하나 제거하는데 한참이 걸렸다. 발바닥에서 순식간에 퍼져나가 온몸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지독한 녀석들. '진드기 같은 놈'이라는 표현이 왜 생겼는지 완벽하게 이해했다. 그렇게 진드기 소동을 마치고, 집으로 올라와 병원에 방문할 때까지 가온이는 잠시 베란다에 격리되어 있어야 했지만 다행히 아픈 곳 없이 잘 넘어갔다. 


생닭 진드기 제거 중


가온이의 기특한 점은 사람을 너무너무 좋아하면서도 분리불안은 없다는 점인데, 떨어뜨려두면 아쉬운 눈빛을 쏘며 몇 번 낑낑대긴 하지만 이내 제자리로 돌아간다. 가온이는 정말 똑똑하고 특별해! 모든 반려인들이 자기 강아지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내친김에 자랑을 또 하자면 가온이는 차도 잘 탄다. 처음 탔을 땐 그렇게 토를 하더니, 이젠 앞 좌석에도 의젓하게 잘 앉아 있는다. 가끔 기다란 발을 슬쩍 건네며 운전석에 넘어오고 싶다고 어필하긴 하지만. 근데 이렇게 타다가도 트렁크의 켄넬 안에 넣으면 또 거기도 잘 들어가 있는다. 가끔 갇혀 있는 시간이 너무 길다 싶으면 끙 소리를 내며 본인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린다. 



우리 집은 아파트인데, 하루는 엘베 앞에서 옆집 아주머니와 마주쳤다. 큰 강아지라고 싫어하시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너구나~? 어떻게 이렇게 안 짖니?" 라며 반겨주셨다. 옆집에 강아지가 왔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짖는 소리가 한 번도 안 들려서 의아하셨다고. 


물론 집 안에서 짖은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가온이는 많이 짖지 않는 강아지이다. 같이 놀고 싶거나 원하는 게 있을 때 두어 번 컹! 컹! 하는 요구성 짖음이 있는 정도. 집에 혼자 두는 시간이 길지 않지만 종종 외출하고 돌아올 때도 무소음 프로펠러로 정신없이 반겨줄 뿐 짖지는 않는다. 


사람을 두려워해도, 분리불안이 있어도, 차를 못 타도, 짖음이 심해도 가온이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강아지였겠지만. 가온이가 가온이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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