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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버리는 사람과 구하는 사람들

우리는 결국 이길 것이다

by 신재

12월 4일부터 10일, 대주펫푸드와 수원 스타필드에서 임시보호 팝업 캠페인을 진행한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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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은 개를 너무 사랑한다. 어쩌면 개가 인간을 사랑하는 만큼. 바쁘게 지나쳐가다 "가족 찾으러 온 강아지예요" 한마디에 발걸음을 돌려 오는 이들,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눈 맞추다 조심스레 손등을 내미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버림받은 개들을 바라보는 눈빛과 입가에 띤 미소가 하나같이 얼마나 따스한지, 아마 스스로는 모를 거다.



#2 유기견은 더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극소수 구조자, 임보자만의 리그가 아닌 대중들의 세계로 뛰어들어야 한다. 상상 속 유기견과 실제의 유기견은 다르다. 철장 너머 처연한 모습이 아닌, 일상의 반려견과 다름없는 모습의 개들을 만난 대중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머, 이렇게 예쁜데 가족이 없다고?" 사실 원래 개들은 다 예쁘다. 입양을 잘 보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그 예쁜 걸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입양은 애초에 그렇게 대단하고 어려운 일일 필요가 없다. 그냥 너무 당연한 세상, 핌피가 실현할 세상이다.



#3 진도에 대한 혐오와 편견은 (다행히도) 온라인 세상에만 있던 걸까? 국견으로 지정된 모국에서 가장 소외받는 처연한 운명의 개들. 이번 행사 참여견의 80%가량이 진도 믹스였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퍼피는 퍼피라서, 성견은 성견이라서 저마다 주목받고 예쁨 받았다. 어쩌면 실체는 혐오보다는 무지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아파트에서 젠틀한 신사처럼 잘 지내는 진도의 모습이, 시골집 마당 한구석에 묶인 낡은 잔상을 뛰어넘는 날은 분명 올 것이다.



#4 사실 인간이 개를 사랑하기 때문에 버려지는 개들도 생긴다. 어설프게, 껍데기만을 잠시 사랑한 탓에. 개들의 숫자가 너무 많다. 온전히 수명 끝까지 책임져줄 사람의 숫자보다, 남아도는 개들의 숫자가 너무 많다. 발에 차이고 쉽게 쥐어지는 존재가 아닌, 귀하디 귀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모든 생명들은 그렇게 어렵게 가족이 되어야만 한다.



#5 끊임없는 굴레다. 누군가는 개를 버리고, 누군가는 개를 구한다. 그러면 누군가가 또 개를 버린다. 와중에 버리는 일은 너무 쉬운데 구하는 일은 너무 어렵다. 혼자 한 마리를 버리지만 그 한 마리를 구하려면 십 수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에 결국에는 구하는 쪽이 이길 것이다. 너네는 대충 하지만, 우리는 악착같이 하니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선한 것은 본래 투쟁이다. 그렇기에 선한 것이 결국 강한 것이다.



#6 "사료 샘플 받아 가세요"보다 "강아지 보고 가세요"를 더 많이 외친 대주펫푸드 직원분들, 종일 서서 리플릿 수백 장을 나눠주며 한 명에게라도 더 닿기 위해 고군분투한 봉사자 분들, 본인 일처럼 물심양면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몰리스샵 직원분들, 한 아이라도 더 입양 보내려고 전단지와 명함을 잔뜩 준비해 와 나눠주는 구조자 분들과 아이들을 위해 간식과 사료, 물, 옷 따위를 사다 주신 방문객 분들, "이 친구도 핌피에서 만났어요"라며 응원을 건네는 임보, 입양자 분들. 서로가 서로에게 감동받는 '개판'의 한가운데 있다 보면 울컥해지는 순간이 많다. 동물판에서 인류애를 잃는 경우도 많지만, 아직까지 나는 갈수록 사람이 좋아진다. 개를 사랑하고, 측은히 여기고, 지켜주고,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하는 그런 마음을 가진 존재들을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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