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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재 Aug 19. 2018

당신이 반려동물을
키우지 말아야 할 이유

귀여운 모습에 가려진 수많은 단점들-

기억할 수 있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단 한순간도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수많은 강아지와 고양이를 가족과 함께 또는 나 혼자 키워보았고 수백, 어쩌면 수천만에 달할 사료값과 배변패드, 모래값 그리고 병원비가 빠져나갔다. 평생 나는 동물 애호가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함으로 인해 내가 얻은 사랑과 책임감, 안정과 위로, 그들이 내 인생 내내 선사한 셀 수 없이 소중하고 찬란한 기억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나에게 "강아지나 고양이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단호히 말한다. 


키우지 마.


물론 오직 나 혼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행복을 독차지하겠다는 얼토당토않은 욕심이나, 그들이 반려동물을 제대로 키우지 못할 거라는 섣부른 판단을 바탕으로 한 오만함에서 나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들이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를 무수히 보았기 때문이다. 내 인생 평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았을 때, 그것은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결코. 


티브이 속의 강아지들이 너무 귀엽고, 유튜브 속의 고양이들은 너무 사랑스러운가? 홀로 쓸쓸히 집에 돌아왔을 때,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어떤 생명체가 있었으면 좋겠는가? 인스타나 페이스북에 예쁜 옷을 입힌 내 새끼 사진을 잔뜩 올려 실컷 자랑하고 싶은가? 미안하지만 그런 이유라면 당신은, 반려동물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미디어에서 보여 주는 그들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은 환상에 가까우며 화면 속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실제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는 수많은 희생이 따른다. 이 글에서 한 치의 가감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낼 모든 단점을 하나하나 재고하고도 감당할 수 있을지, 과연 내 인생에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보자. 



첫 번째, 더럽고 귀찮다. 

아무리 깨끗하게 키우려 한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은 사람만 사는 것보다 청결할 수는 없다. 아무리 기본적인 배변훈련이 잘 되어 있다고 해도(물론 여기까지도 쉬운 난관은 아니다) 그들 스스로 똥과 오줌을 치우지는 못한다. 매일매일 똥오줌 쌀 때마다 치워주고 갈아줘야 하며, 하루 이틀이라도 방관하면 집 안이 순식간에 찌린내로 점령당한다. 손님을 초대했는데 집에 온통 똥냄새가 진동하기도 하고, 가끔은 어느 구석에 실수를 했는지 온 집안을 킁킁대며 진원지를 찾아야 할 때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뭔가 불만이 있을 때 고의적으로 침대나 옷에 배변을 갈기는 녀석들도 있다. 발매트라든가, 걸레라든가 유독 한 곳에 꽂혀서 아무리 혼내고 훈련시켜도 거기에만 계속 실수를 반복하는 녀석들도 많다. 식분증이라고 들어는 봤는가?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자기가 싼 똥을 먹어 치우는 강아지들도 널리고 널렸다. 똥 범벅이 된 입에도 과연 사랑스럽게 뽀뽀를 할 수 있을까? 집안 여기저기 날리는 털들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고양이는 털갈이 시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정말 손만 스쳐도 우수수 털들이 빠진다. 매일 청소를 해도 털 뭉치들이 쉴 새 없이 굴러 나오고, 그야말로 뒤돌면 먼지가 쌓인다. 모든 옷은 털투성이고 아무리 테이프로 떼어도 밖에 나가는 순간 햇빛 아래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내니 '나 고양이 집사예요'를 온몸으로 외치는 꼴이다. 고양이는 그나마 산책을 좋아하지 않지만, 강아지에게는 1일 1 산책이 필수이다. 귀여운 녀석과 함께 동네 한 바퀴 도는 것이 뭐 그렇게 힘들겠냐고? 매일매일 해보아도 과연 한결같이 즐겁기만 할까. 매번 산책 후 발을 씻기거나 목욕을 시키는 것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자취를 해 본 사람이라면 밥 챙겨 먹고, 운동하고, 빨래하고.. 내 한 몸 건사하는 것조차 얼마나 귀찮고 쉽지 않은 일인지 알 것이다. 하다못해 식물에 제때 물 주는 것도 깜빡해서 말려 죽이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동물은 어떻겠는가?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어쩔 수 없이 두 배, 아니 세 배 다섯 배 이상은 깔끔 떨고 부지런해져야 한다.


두 번째, 돈이 많이 든다. 

돈이 없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말라는 소리는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에이, 그래 봐야 요 쪼그만 녀석한테 뭐 얼마나 들겠어-라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정말로 많이 들어간다. 매달 꾸준히 들어가는 사료값, 간식값, 화장실 값은 애교다. 하긴 처음에는 그럴 수 있겠지만 점점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알면 알수록 깊고 넓은 반려동물 시장을 알아 갈수록 수제 간식과 유기농 사료를 먹이고 싶은 욕심이 커질 것이다. 정작 본인은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울지언정 말이다. 어렸을 때는 이런저런 예방 접종을 하느라 몇 개월 간 몇십만 원은 꼬박꼬박 나가고, 매해 여름마다 챙겨 먹어야 하는 심장사상충 약도 만만한 가격이 아니다. 하지만 정말 큰 걱정은 녀석들이 병에 걸렸을 때이다. 십오 년, 이십 년을 사는 생명체인데 그 세월 동안 병치레 한 번 안 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동물을 키우다 보면 분명 한 번쯤은(그것도 아주 운이 좋다면), 꾸준한 통원 치료를 받거나 입원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알다시피 동물병원은 보험이 되지 않는다. 한 번 검사만 받더라도 오륙십이 그냥 깨진다. 본격적인 치료나 수술에 들어가면? 몇 백은 우습게 나간다. 조금이라도 더 실력 있는 곳에서 치료받고 싶어 전문병원을 찾아간다면? 무이자 할부로는 해결이 안 될 것이다. 아무리 벌어도 항상 아쉬운 게 돈이다. 나 혼자 맛있는 거 사 먹고, 예쁜 옷 사 입고, 좋은 시계와 신발을 사들이기도 부족한데 반려동물이 생긴다면? 나한테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은 절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세 번째, 말이 안 통한다. 

다양한 잘못을 저지른 견공들의 모습. 반려견과 함께하는 일상이다.

반려동물은 영원히 자라지 않는 갓난아기나 다름없다. 물론 이 점이 그들이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늘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유인 동시에, 죽을 때까지 갓난아기처럼 어화둥둥 오냐오냐 떠받들고 관심으로 보살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기본적인 훈련을 통해 앉아, 손, 기다려 정도는 그럭저럭 익힐 수 있겠지만(물론 고양이에게는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티브이에 나오는 천재견처럼 척척 말귀를 알아들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은 설마 없을 것이라 믿는다. 아무리 똑똑하고 눈치가 빠르다 한들 동물은 동물이고, 사람은 사람이다. 넘을 수 없는 의사소통의 벽이 있는 것이다. 알 수 없이 몇 시간 동안 벽을 보고 짖기도 하고, 예상치 못하게 다른 사람 심지어는 가족을 공격하기도 한다. 내 배로 낳은 아이가 울고불고 생떼를 피워도 그렇게 밉고 화가 솟구친다는데, 하물며 말 못 하는 동물은 어떻겠는가? 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 수가 없으니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물론 몇 년 짬빠가 생기면 대충 이 녀석의 기분이 어떻고 무엇을 원하는지 척척 감이 오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알아서 이를 닦는 것도, 귀 청소를 하는 것도, 밥을 챙겨 먹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의식주 모든 것 하나하나를 내가 세심히 챙기고 돌봐야 하는 것이다. 매일매일, 십오 년- 혹은 이십 년 동안. 



네 번째, 자유로운 삶을 포기해야 한다. 

그나마 가족 여러 명이 함께 키운다면 낫겠지만, 요즘에는 1인 가구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 어두운 집에서 하루 종일 나를 기다리게 만드는 것도 미안한데, 야근이 잦아진다면? 놓치고 싶지 않은 술자리가 많다면? 1박 이상 출장이라도 멀리 가게 된다면? 그나마 하루까지는 피치 못할 경우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이틀 이상 넘어간다면? 현대인들에게 2박 3일, 3박 4일로 여행을 가는 것이 결코 생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밥과 물을 가득 주고 가면 된다고? 물론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그들이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반려 동물은 그야말로 사랑과 관심을 먹고사는 생명체이다. 오직 당신이 그들 세상의 중심인 것이다. "고양이는 괜찮지 않아? 혼자 있는 거 좋아한다며."라고 되묻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고양이가 강아지보다 덜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뿐이지 그들 역시 인간의 애정을 갈구한다. 세상에 혼자 있어도 괜찮은 반려동물은 없다. 심지어 외로울까 봐 동물 두 마리를 함께 키우면, 둘이 나란히 주인을 기다린다고 한다. 그러니 애타게 주인을 매일 기다리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게 되는 녀석들도 넘쳐난다. 만약 일주일, 열흘, 혹은 몇 달 간의 배낭여행을 꿈꾸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반려 동물을 지인이나 애견 호텔 등에 맡기게 될 것이다. 거기서 나가게 될 비용은 차치하고라도, 아무리 그 사람들이 잘해줄지언정(그런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새로운 장소와 사람에게 둘러싸여 그들이 받게 될 충격과 스트레스, 공포감은 어마어마하다. 그저 살아만 있다고 키우는 것이 아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들이는 순간, 당신에게는 그들의 안전과 행복을 보장해줘야 할 무거운 책임이 함께 따라붙는다. 



다섯 번째, 충분히 정들 만큼 살고 훌쩍 먼저 떠난다. 

출처 http://goodfullness.com/10-pics-dogs-owners-growing-old-together/

개의 평균수명은 15년, 고양이는 20년 정도라고 한다. 의학이 발달하며 반려 동물의 수명도 함께 길어지는 추세라고 하지만, 그래 봐야 우리 인생의 반의 반도 함께하지는 못하는 짧은 기간이다. 그렇지만 몇십 년의 세월은 하나의 생명체에게 정이 깊이 들고 사랑에 푹 빠지기에는 충분한, 너무나 긴 시간이다. 몇십 년까지 갈 것도 없이 불과 2, 3년만 키워도 친자식처럼 애지중지하는 사람들이 널렸다. 그만큼 반려동물이 주는 사랑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애기 때 솜뭉치처럼 작고 풋풋한 시절은 잠깐이고, 이 녀석들도 우리와 함께 늙어 간다. 눈이 점점 어두워지고 귀도 잘 들리게 되지 않는다.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수록 피부가 늘어지고 크고 작은 질환이 생기기 시작한다.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 병원비는 아깝지 않더라도, 쓴 약을 먹기 싫어 몸부림치고 작은 스트레스에도 거품 물며 발작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는 것은 큰 고통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이라면 보통 즐겁게 장난치고 함께 뛰어노는 모습을 떠올리겠지만, 늘 걷던 산책길에서 갑자기 온몸이 굳어 바닥에 쓰러진 강아지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는가? 마당에서 알 수 없는 풀이나 약품 등을 주워 먹고 입에 거품을 문 고양이의 모습은? 축 처진 작은 몸을 안아 들고 목 터지게 택시를 부르며 제발 무사해 달라고, 조금만 더 버텨 달라고 애타게 빌고 비는 나의 모습이 떠올려지는가? 예측하지 못한 사고로 너무나 일찍 떠나보내게 되든, 오래오래 건강히 살다 떠나보내게 되든 이별의 순간은 생각보다 너무나 빨리 다가온다. 녀석의 장례를 치르고 물건을 정리하고, 사진을 꺼내보고, 비슷한 강아지나 고양이를 볼 때마다 당신의 마음은 미어지고 눈물은 마르지 않을 것이다. 아주 오래오래 그럴 것이다. 



무수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반려 동물과 함께 한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그들로부터 얻은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로 인해 내가 포기하고 희생해야 했던 것들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내가 미리 이런 것들을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키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는 분명 수많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들로 인해 내 삶이 풍요로워지는 딱 그만큼, 귀찮고 힘든 일도 동시에 늘어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말, 아기를 입양한다는 마음으로 반려동물과의 동거를 심각하게 고려해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이런 글을 써 본다. 반려동물의 장점보다 단점에 사람들이 더 많이 집중해 주었으면, 그로 인해 버려지고 상처받는 유기견과 유기묘들의 수가 조금은 줄어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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