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지만 확실한 일상의 행복 챙기기
안다. 티끌모아 티끌이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도 힘든 퍽퍽한 현실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히 당신의 삶에서 '최저가'니 '가성비'니 하는 단어들이 삭제되었으면 한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흥청망청 놀고먹으라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가는 스스로를 조금은 제대로 대접해주었으면,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괜찮다. 당신의 삶에서 최저가가 사라지더라도 여전히 당신은 굶어 죽지 않을 것이며, 생각보다 제법 많이 행복해질 것이다.
김밥 한 줄이 요즘 3,000원 정도 하던가? 치즈김밥은? 소고기 김밥은? 제아무리 날고 기는 화려한 김밥이라 한들 웬만하면 5,000원은 넘지 않는다. 기껏해야 기본 김밥과 500-1000원 차이이다. 고작 그 500원이 뭐라고, 나도 모르게 '에이, 배만 차면 그만이지-' 스스로를 달래 가며 늘 기본 김밥을 선택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아낀 500원들이 모이고 모여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 줄 것 같은가? 5,000원, 50,000원도 아닌 500원 때문에 당장 현실에 존재하는 나 자신에게 흡족스러운 밥 한 끼를 대접할 수 있는 기회를 날리지 말자. 꼭 기본 김밥이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항상 제일 싼 메뉴로 끼니를 채워야 하는 처량한 내 신세'가 서서히 영혼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김밥뿐 아니라 어떤 음식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역시 기본 메뉴가 제일 맛있지-"라는 말로 쿨하척 애써 포장하지 말고 다른 메뉴에도 눈을 돌려보자. 소스랑 토핑도 자유롭게 추가해 보자. 그래 봐야 고작 몇 천 원 차이다. 그 푼돈이 우습게도 당신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쇼핑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최저가순으로 정렬하지만 말고 디자인이 예쁜 것, 기능이 좋은 것, 리뷰가 많은 것- 다양한 기준을 나란히 두고 고려해 보라. 가장 비싼 건 못 사더라도 적어도 밑에서 두 번째, 세 번째로 저렴한 것 정도는 구매할 수 있지 않은가. 대부분 최저가가 최저가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품질이 확 달라진다. 그렇게 당신이 먹는 음식, 입는 옷, 사용하는 물건의 질이 높아질 때 당신에게 와 닿는 인생의 질도 함께 높아짐을 피부로 느낄 것이다.
'같은 걸 뭐하러 두 개나 사? 하나 다 쓰면 또 사면되지'가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반대로 뒤집어 본다면 한 번에 두 개를 산다면 두 배 더 오래, 편하게 쓸 수 있다. 결코 낭비가 아니다. 예를 들자면 휴대폰 충전기. 한 개를 늘 들고 다니며 집에서도 쓰고, 직장에서도 쓰고, 이동 중에도 쓸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깜빡해서 집에 놓고 온다면 하루 종일 얼마나 불편할지 다들 겪어보아서 알 것이다. 그렇다면 아예 처음부터 세 개를 사서 집, 회사, 가방 안에 각각 두고 쓴다면? 얼마나 편리할지, 그 별 것도 아닌 일로 인해 내 삶의 질이 얼마나 올라갈지 상상해 보라. 매일 아침마다 몸을 숙여 멀티탭에서 충전기를 뽑아 들고, 돌돌 말아 가방에 넣고, 보조배터리에 몇 번씩 앞뒤로 바꿔가며 USB를 꽂아 넣고-.... 이제 그 모든 과정을 매일같이 반복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행복은 아주 대단히 큰 무언가에서도 물론 탄생하지만, 아주 소소한 일상의 편리함에서도 묻어 나온다. 그 밖에 또 뭐가 있을까? 집과 기숙사용, 그리고 여행용 칫솔을 따로 두고 쓰는 것, 작업용 안경을 작업실마다 놓는 것, 샤워실과 세면대 비누를 각각 두고 쓰는 것-(원한다면 치약도!), 방마다 캔들과 디퓨저를 놓아도 좋고 같은 옷을 여러 벌 쟁여놓아도 좋다. 무엇이 되었든간 그것이 당신의 수고를 아주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다면 충분하다. 그로 인해 당신의 삶은 조금 더 편리하고 윤택해질 것이며, 신경질과 짜증은 감소할 것이다.
아직도 영화나 음악, 예능프로그램 등을 다운로드하기 위해 토렌트의 바다를 끝없이 돌아다니는가? 게임이나 어플, 이모티콘 따위에 돈을 쓰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가? 이상하게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 사는 건 아깝지 않은데 온라인 세상에 빠져나가는 돈은 허투루 빠져나가는 것만 같다면, 당신은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가는 21세기에 뒤쳐진 사람이 맞다. 아날로그 감성은 존중하지만 삶의 질을 위해 이제는 슬쩍 온라인 세계에도 지갑을 열어볼 것을 권장한다. 불법 다운로드의 세계도 함께 졸업할 겸 말이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멜론, 벅스, 지니 등 음원 사이트를, 영화나 미드를 좋아한다면 넷플릭스 혹은 왓챠 플레이를, 예능이나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웨이브나 티빙을 결제해 이용해 보라. 이 밖에도 유튜브 레드나 전자책 등 인터넷을 통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 각종 할인 혜택을 이용하면 한 달에 몇 쳔원, 많아야 만원 안팎의 금액으로 충분히 이용 가능하다. 이렇게 말하니 꼭 광고 같지만 언제나 내가 원하는 순간 원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어제 제시간에 보지 못한 드라마를 귀찮게 다운로드할 필요 없이 바로 볼 수 있다는 것, 극장에 갈 필요 없이 개봉 영화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처음에는 생돈이 나가는 것 같아 망설여지겠지만 막상 사용해보면 한 달 이용료가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삶이 풍요로워짐을 느낄 것이다.
너무 별 것 아닌 시시한 이야기들이라 맥이 빠지는가? 그렇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오늘도 하루를 살아내느라 수고한 당신에게 이 정도는 충분히 해 줄 수 있지 않은가. 근검절약도 좋고 부모님 용돈도, 친구나 애인에게 좋은 선물도 다 좋다. 하지만 당신의 미래와 주변을 챙기느라 정작 현재를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는 소홀하지 않았는지, 늘 가장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스스로에게만 가혹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자.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