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집을 찾기 위해 기억해야 할 다섯 가지
*커버 이미지 출처 @ggumigi
지긋지긋한 부모님 집 혹은 기숙사에서 벗어나 오직 나 혼자만을 위한 공간을 가지는 것. 많은 이들이 꿈꾸던 순간일 것이다. 물론 그 환상 속의 '나만의 공간'을 가지기까지 거쳐야 할 여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 하지만 아래의 다섯 가지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면, 영업 백 단 부동산 아줌마와 꼬장꼬장한 주인집 아저씨의 합공을 현명히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내가 가진 예산은 어느 정도인가? 월세, 전세, 혹은 반전세 중 어떤 것을 원하는가? 보증금은 최대 얼마, 관리비 포함 월세는 최대 얼마까지 낼 수 있는가? 집이 정말 좋다면 엄마 찬스 혹은 은행의 힘을 빌려서라도 계약할 의사가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이자를 고려하여, 최대 얼마 정도까지 빚을 져도 부담이 되지 않겠는가? 미리 머릿속에 확실한 숫자를 그려 두되 본인이 생각하는 최대 금액보다는 조금 낮춰 말해라. 어차피 부동산에서는 +10% 까지 고려하여 금액이 더 높은 매물도 보여주려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목표는 양쪽의 합의점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내 쪽에서 먼저 확고히 "아뇨, 5천 이상은 힘듭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집주인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득할 확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내가 "음.. 그건 좀 비싼 것 같긴 한데.." 하며 망설이는 순간 네고의 타깃은 내가 된다.
왜 자취방을 구하려 하는가? 직장 때문에? 학업 때문에? 내가 매일 출퇴근하게 될 장소와 되도록 가까운 것이 좋은가, 아니면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것이 좋은가? 가깝다면 걸어서 10분 내외인 것이 좋은가 버스 3-4 정거장 거리가 좋은가? 만약 집이 너무 좋다면, 조금 멀어도 감수할 생각이 있는가? 그렇다면 어디까지 감수할 수 있겠는가? 차로 한 시간 이내? 대중교통 환승 1회 이내?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이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입을 모은다. 집이 아무리 좋아도 거리가 멀다면? 칼퇴를 해도 집에 도착하면 해가 져 있고, 개인 시간이 없으니 그 좋은 집을 맘껏 즐길 여유도 없다. 반면 회사와 집이 같은 동네일 경우 일과 생활의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퇴근을 해도 한 것 같지가 않다는 사람들도 많다. 본인은 어떤 스타일일지 고민해보라.
집은 가장 편하고, 따스한 공간이어야 한다. 나에게 집을 집처럼 만들어주는 가장 큰 요소는 무엇인가? 크고 안락한 침대? 반신욕이 가능한 욕실? 수납공간이 넉넉한 부엌? 아니면 고양이가 우다다를 할 수 있는 널찍한 거실? 예산 안에서 모든 것이 완벽한 자취방(심지어 주로 원룸-)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분명한 우선순위를 정해 놓자. 가령 반려 동물이 있다면 가장 첫 번째는 '동물을 키울 수 있는지'가 될 것이다. 그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가차 없이 포기한다. 그다음으로 지하나 1층 혹은 옥탑방이 아닌지, 욕조가 있는지, 가스레인지가 2구 이상인지, 주차장이 있는지 등 내가 원하는 중요한 조건을 살펴보라. 마지막으로 그 집이 가진 치명적인 단점이 장점으로 상쇄 가능하여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라. '세탁기가 빌라 공용이네? 음.. 빨래가 많지 않으니 괜찮을 것 같은데.' '욕실에 세면대가 없잖아?.. 이건 도저히 타협 불가.' 점점 내가 원하는 집의 그림이 선명해질 것이다.
가격도, 집도 그럭저럭 마음에 든다. 그럼 끝 아니냐고? 천만에, 집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동네이다. 특히 혼자 사는 여자일 경우 각종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그 어떤 것보다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이다. 가격이 저렴한 이유가 혹시 그 동네가 흉흉하기로 소문나 있기 때문은 아닌가? 반드시 인근 지역명을 구글링 해보길 바란다. 집 가는 골목이 너무 좁고 외지지는 않았는가? 가로등은 제대로 작동하는가? 경찰서, 소방서는 얼마나 멀리 있는가? 만약 보안상으로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면 편의시설도 고려해야 한다. 편의점이나 마트가 5분 내의 거리에 있는가? 세탁소, 헬스장, 병원, 빵집 등 상가가 근처에 있는가? 도서관이나 공원, 하천은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거리인가? 대중교통의 접근성도 빼놓을 수 없다. 가까운 지하철 역이 몇 분 거리인가? 지하철이 없다면 버스는 자주 다니는가? 아무리 집순이라 한들 365일 24시 집 안에만 갇혀 있을 수 없기에 단순히 지나쳐서는 안 된다.
월세든 전세든 집을 계약할 때는 적지 않은 돈이 오가기 마련이다. 때문에 아무리 완벽한 집이 있다 한들,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을 계약할 의사가 있다면 등기부등본 먼저 떼보라. 인터넷으로 500원이면 간단히 출력 가능하다. 담보나 대출은 없는지, 소유주가 실제 계약자인 집주인 이름과 동일한지 꼼꼼히 확인하라. 아무 문제가 없다면 1차 관문은 통과했다. 이제 집주인의 성격과 성향을 파악할 차례다. 같은 건물에 살며 직접 관리를 하는가? 아니면 멀리서 지내고 관리인은 따로 있는가? 수다스러운 참견쟁이 스타일인가? 고지식하고 퉁명한 스타일? 아니면 그야말로 천사? 만약 집주인이 바로 위층에 살며 시도 때도 없이 말을 붙인다면 가족처럼 든든한 느낌은 들지만 이내 숨 막혀 도망가고 싶어 질지 모른다. 마냥 방관하는 나몰라라 스타일이라면 평소엔 좋겠지만 보일러나 수도 등 집수리가 필요할 때도 연락 닿기가 어려울지 모른다. 어차피 완벽한 주인은 없으니 '내가 감당 가능한' 최적의 주인을 찾아보자.
자취방을 구할 때 앞서 말한 가장 기본적인 다섯 가지 말고도 고민해야 할 것, 알아야 할 것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내가 원하는 집이 선명하다면 언젠가는 내 앞에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 금액엔 그런 집 없어요, 이 동네엔 그런 집 없어요, 무수히 듣겠지만 그저 씩 웃고 한 귀로 흘려버려라. '이 정도면 나쁘진 않은데 그냥 할까..' 하고 적당히 타협하는 순간이 바로 후회의 시작이다. 당신이 살 집은 당신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그 집에 들어가는 순간 내 가구가 배치된 모습, 이 곳에서 안락한 삶을 꾸려가는 내 모습이 저절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당신이 최우선으로 생각 한 조건들과 맞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이 곳에서 살고 싶다는 강력한 확신이 들게 하는 그런 집이 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기다려라. 꿈속의 그 자취방을 만날 때까지.
*이 다섯 가지가 확실히 준비 됐다면, 꿈속의 집 구하기 실전편으로 넘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