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준 Nov 12. 2020

“향”에 대한 의미는 꽤나 복잡적인 감정이다. 처음 겪게되는 모든 것에 대해 향은 큰 첫 이미지를 좌지우지한다. 중학생때에는 점심시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흘린 땀냄새 그 자체가 그 시절의 향수가 되었고, 좀 더 시간이 지나 향수라는 물질적인 추상체를 몸에 지니게 되었을 땐 그 향기가 나만의 하나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페로몬 향수라는 상업적인 향으로 이성을 유혹하기도 하고 차분한 인센스스틱을 피움으로써 1인칭의 심신이 안정되고 3인칭의 공간이 분위기를 탈바꿈한다.


다른의미로는 과거를 추억하기도 한다. 어릴 적 어른스러웠던 장소 혹은 어떠한 시선을 성인이 되고 난 후 가게 되면 새로운 느낌보단 그 시절의 향을 맡을 수 있다. 태권도장의 고무매트냄새, 자주 갔던 분식집 떡볶이 냄새 등의 향을 우연히라도 마주치게 되면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시간에 제약받지 않고 어릴 적의 나로 잠시나마 돌아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지는 수 많은 것들 중 변치 않는 것들은 이렇듯 가만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작년 가을은 작년 가을대로 재작년 가을은 재작년 가을대로 다르지만 언제듯 알록달록하게 단풍이 드는 것처럼 변화 속 여전한 것들에 대한 시선 또한 여전하다. 20대 초반의 나와 현재의 나 또한 변화된 나 라는 존재 안엔 1살의 내가 존재한다. 그 시선을 알아봐주는 소중한 시선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 또한 여전했으면 좋겠다. 이 감정 또한 하나의 향이 되어 나만의 체취가 되면 더 좋고.

작가의 이전글 too much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