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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준 Nov 12. 2020

마스크

최근 만난 여러 사람들에게 술김에 혹은 답답한 마음에 털어놓고 조언을 받고자 했던 내 모습들을 느꼈던 그 순간들도, 뒤늦게 회상해보는 감정들도 모두 동일하단 걸 확연히 느꼈고 다시금 느끼고 있다. 속으로 혼자 앓으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 보단 주변의 누군가에게 음성으로 표출하여 해소를 시키는 편인데 이게 어떻게 보면 되게 이기적이고 그 누군가에겐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몇 년 전 그 당시 사귀었던 친구에게 하지 않았던 내 가정사를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술보단 커피를 좋아하던 친구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있던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했다. 심적으로 힘든 시기였고, 가장 가까웠다고 생각했던 관계였기에 속 시원히 이야기를 하며 감정이 올라왔는데 내 생각과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내 생각엔 함께 감정을 공유하며 조언을 해줄거라 생각했는데 무표정으로 가만히 이야기를 듣기만 하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친구에 대한 실망감보단 그 당시에 올라온 내 감정의 비중이 컸기에 적당히 마무리 짓고 집으로 돌아갔다. 얼마 전 아는 동생이 고민 상담을 해 왔다. 가만히 듣고 있는데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무엇인가 어설픈 조언을 해줄 바엔 그저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었달까. 조심스러운 마음이 컸다. 몇 년 전 그 친구도 이런 마음였을까. 그 동생이 몇 년 전의 내 감정을 느꼈을지 그저 누군가가 자신의 속 이야기를 들어준 것에 의의를 뒀을 진 알 수 없다. 알고 싶은 생각이 없기도 하고.


술김에, 홧김에, 분위기에 이끌려 선뜻 내뱉은 언어들엔 휘발성이 없다. 입에서 나와 귀로 들어가는 시간은 찰나지만 그 여운은 평생간다. 입은 닫고 귀는 열고 마스크 같은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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