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준 Dec 10. 2020

스쳐지나가자

12  어느 새벽, 가수 ‘해쉬스완 ‘스쳐지나가자라는 노래를 들으며 문득 올해 나를 스쳐지나갔던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가사의 내용은 연인과의 헤어짐에 있어 지친 감정을 그냥 서로 스쳐지나가자고 말하는데 연인과의 관계 이외에도 올해 나를 스쳐지나갔던 사람은 누가 있었고,  외의 존재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  궁금해졌다. 스쳐서 지나갔다는   곁에 잠깐 머물다갔거나 머무를 새도 없이 사라졌거나하는 유통기한이 짧았던 것을 뜻한다고 생각했지만 스쳐지나갔다는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실 중요한  기한이 아니라 ‘어찌되었던 현재 내게서 사라진 이라고   넓게 스펙트럼을 잡는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있어 유제품 같은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사라진 통조림들은 무엇이었을까 차근차근 기억을 더듬어 올해 초를 회상했다.


20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던 올해 , 나는 연애를 하고 있었다.  삶에 있어 앞으로의 새로운 방향을 찾으려는 발걸음을 함께 걸어주던 사람이었는데 봄이 다가오면서 관계가 멀어졌다. 급작스러웠던 이별에 당황스러웠고  무덤덤하였지만  이후에 보여주었던 그녀의 에티튜드는  상식 밖이었다. 함께  가지의 계절을 미처  보내지 못했던 관계는 그렇게 스쳐지나갔다.


더불어  달에 함께 스쳐지나갔던  촬영이었다. 앞으로 모델 관련  일은 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주변의 지인들을 만날  마다  밖으로 꺼내며 다시 한번 슬금슬금 피어오르려던 미련을 입막음하던 , 모델시절  번의 촬영을 함께 했던 포토그래퍼와의 촬영을 마지막으로  스튜디오를 떠났다. 많은 촬영을 하며  없이 카메라렌즈에 담겼던 나를 등지고 그렇게  10년의 커리어와 스쳐지나갔다. 잠깐 앞으로 돌아와 ‘스쳐지나가자 노래가사를 보면 “스친 옷깃이 하필 정전기가 나버린 거지  정말로 마지막인가봐 여기까지가라는 가사가 있는데 가삿말대로 그저 스치고  옷깃이었을 수도 있었지만 괜한 정전기를 만들었던  아니었는  돌아보게 되었다.


봄이 가고 무더운 여름이 왔을  갑자기 공부가 하고 싶어졌었다. 돌이켜보니 성인이  후로 무엇인가에 몰두하여 공부를  본적이 없었다. 이왕 하는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분야에서 그리고 추후에 증명할  있는 자료로 남기고 싶어 자격증을 알아보았다.  당시 하고 있었던 일에 관련된 자격증을 알아보니 2 후에 VMD자격증 시험이 있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시험신청을   서점에  관련전공책을 구입해 하루 1시간  틈틈이 공부를 하였다. 시험 1주일  혼자 여수로 여행을 갔었는데 오고 가는 기차 안에서 열심히 공부를 했었던 기억이 있다. 1 객관식과 2 주관식이 합쳐진 시험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주관식 1문제 차이로 2차에서 떨어졌다. 아쉽게 자격증은 발급받지 못하였지만 새로운 무엇인가에 자발적으로 도전했다는 점에서  자신에겐 합격점을 주었다. 자격증도 그렇게 여름장마 빗방울처럼  곁을 스쳐지나갔다.


가을과 현재진행중인 겨울엔 아직 스쳐지나간 존재는 없다. 지나간 올해를 귀담아 들어보니 스쳐서 사라진 것들 보단 스쳤음으로 인해 남겨진 것들이 많다는  느꼈다. 작년의 나에겐 없었던 존재들이 올해의 나에겐 스쳐 존재하는  많은 새로운 것들에 대해 다시금 각인할  있음에 감사한다.


예전엔 하루하루 일상을 보내며 만나고 알게되는 새로운 사람들에 대해 가끔씩 의도적으로 잣대를 들이밀곤 했다.  사람은 나와 맞지않아, 기껏해야 한두번보고  사이야.  사람은 결이 나와 비슷한걸 보니 왠지 평생 친구가   같아. 등의 일방적인 시선으로 관계를 미리 앞다퉈 정하기도 했었는데 요새는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느새 생각할 필요도 없는 주제로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내가 굳이 애쓰고 정하려 하지않아도 스쳐지나갈  지나가게 되있고,  곁에 남겨질  남겨지게 되있다. 그게 사람과의 관계든 어떤 것이든 간에.


앞으로도  많은 어떤 것들이 나를 스칠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굳이 붙잡지 않으려한다. 사라져가는  그림자가 좋을테고, 남겨지는 체취의 온기도 좋을테니.

작가의 이전글 임 자 복 자 희 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