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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준 Dec 13. 2020

어느 목요일

새벽 늦게 잠에 들어 오후 1시에 느즈막히 눈을 떴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로 인해 집 근처 헬스장이 문을 닫았기에 차가운 방 베란다 구석에 박혀있던 요가매트와 아령을 방 안으로 들였다. 방 안에서 1시간 조금 넘는 시간동안 여유롭게 운동을 하고 노트북을 켰다. 실시간 검색어와 뉴스를 간단히 찾아본 뒤 체스에 대한 미드를 보았다. 노트북을 덮고 침대에 기대앉아 잠시 책을 본 뒤 영어공부를 하였다. 해가 짧아진 탓에 밖은 그새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머리를 식힐 겸 핸드폰을 하다가 최근 팔로잉을 한 작가의 sns를 들어가보았다. 몇 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그 작가의 이런저런 글들을 보다가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은 이렇게 영향력 있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했을까?” 분명 하루아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진 않았을테고 작가로서의 이 사람의 시발점이 궁금해졌다. 700개에 가까운 게시물의 출발점을 보기위해 몇 분간 스크롤을 내렸다. 그렇게 찾아 낸 초반의 게시물들은 내 예상과는 다르게 아무런 설명없는 외국영화의 장면 몇 개, 자연 풍경 몇 개가 전부였다. 작가의 분위기라기보단 여느 평범하고 그저 조금은 감성적인 사람의 냄새만 풍겼다. 그 이후 게시물에는 점차 출판 된 책사진과 내용들이 간간히 보였는데 그 중 한 게시물에서 내 생각과 정비례하는 글을 만날 수 있었다. “아픈 내 마음 하나 달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다른 이를 위로하고 공감을 얻을 수 있어, 다시 한 번 쓰기와 읽기 그리고 책의 위력을 느끼는 요즘이다. 앞으로도 예상 독자를 고려하며 꾸며낸 글쓰기가 아닌 언제까지나 나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 더 많이 부딪히고, 경험하고, 울고 웃는 삶이고 싶다.” 란 길지 않은 문장이었는데 글쓰기를 시작한 지 오래 되지 않은 지금의 내가 간간히 느낀 감정과 참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책을 내겠다고 다짐한 이후로 항상 책을 들고다니며 이곳저곳에서 독서를 하다가 잔잔한 울림을 주는 구절들을 읽을 때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곤 하는데 신기하게도 책 제목을 물어보는 답장들을 많이 받는다. 어떠한 친분이나 각기 살아온 환경에 관계없이 서로 같은 글에 같은 결의 감정을 느끼고 그 결을 공유하길 원한다. 나도 답장을 해주면서 다시금 위로를 받는다. 멋있고 이쁜 겉모습이 주를 이루는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내면의 소통이라 어쩌면 더욱 깊숙이 다가오는 것 같다.


최근에 sns로 받았던 질문 중에 요즘 관심사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처음으로 내 모든 팔로워분들에게 책을 내기위해 준비중이라고 공개하였었다. 대답과 함께 배경사진에 전에 썼던 글도 함께 첨부하였었다.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주변에 내 목표를 어느정도 알려서 그 점이 하나의 동기부여가 되는 편인 나인데 너무 감사하게도 그 말에 여러 팔로워분들이 응원을 해주셨다. 완성본이 아닌 글이지만 끝까지 다 읽었다고, 너무 좋은 글이라고 책이 출판되면 꼭 구매하겠다는 몇몇 분들의 응원에 크고 소중한 자극이 되었다.


어찌보면 비슷한 삶 속 비슷한 글에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그 비슷함을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 흐름이 이야기가 되고 소리가 글자가 되어 한권의 책이 되는 것 같다. 받은만큼 돌려주는 것이 아닌 저울질 없는 무언의 감정들을 멀리멀리 나눌 수 있는 흔적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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