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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준 Dec 12. 2021

겨울이 왔다. 마른 탓에 몸에 지방이 없어 추위를  타는 내가 추울 때마다 항상 애용하는 방법이 있다. 찬바람에 몸이 떨리고 근육이 뭉칠 때면 반대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세게 내뱉는 것이다. 그러면 잠시 동안 자연스레 몸에 힘이  빠지면서 긴장이 완화되는데 순간적으로 몸에 온기가 돌게 된다. 이유는   없지만  잠시라도 따뜻해지면 그만 아니겠는가.



몇 일전 다니던 갤러리 카페를 그만두었다. 퇴사하기 몇 일전 새로운 직원분이 들어오셨는데 처음 입사했을 때의 내가 잠시 보였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던 일이었기에 입사 초반엔 아무래도 몸에 긴장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무엇인가를 새로 배우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커피와 전시를 배우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전혀 힘들지 않았다. 항상 바쁜 곳에서 일을 해왔기에 주말같이 바쁜 날에도 최대한 빠르고 완벽하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의 전체적인 흐름을 완전히 파악한 건 아니었기에 항상 긴장을 늦출 순 없었다. 기억나는 실수가 있는데 한창 바쁜 타임대의 주말에 서브를 하며 레몬 요거트를 만드는 데 몸에 여유가 없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제조를 하다 얼음이 가득 담긴 아이스박스 안에 컵을 놓치고 말았다. 우유와 생크림, 시럽 등이 들어가 정말 꾸덕꾸덕한 탓에 행주로도 닦이질 않았고 레몬 요거트 특유의 향이 아이스박스 안에 다 베어버렸다. bar 바닥에도 잔뜩 흘러 급히 대걸레로 닦는 와중에도 계속 들어오는 주문들에 치여 정신이 없었다. 내 실수로 인해 남에게 피해를 끼쳤고, 완벽하게 마무리를 못 지었다는 생각에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실수 이후로는 새로운 직원들이 들어오면 항상 천천히 하라고, 전혀 급할 것 없다고 말해준다. 물론 어느 정도의 긴장은 필요하겠다만 자신이 느낄 정도로 몸에 힘이 들어가 있게 되면 오히려 제대로 된 효율을 내지 못하게 된다. 잠시나마라도 힘을 빼고 편하게 삶을 살았으면 한다. 퇴사를 한 지금의 나에게도 편히 쉬는 게 쉽지만은 않다. 일의 지속성과 관계없이 계속되는 압박감을 떨궈내기란 참 어렵다. 그래도 오늘까진 쉬어보려고 한다. 주말이라는 객관성을 빌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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