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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준 Mar 23. 2022

격리 마지막 날의 어디쯤에서

목표 없는 단절은 무력함과 게으름을 만들고 의지와 자주성을 결여시킨다. 일주일간 격리를 하며 가장 크게 느낀  가야  곳도 급하게 해야만  것도 없기에 한없이 누그러진다는 것이다.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녹아져 흐르는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인  같다. 평소 수면시간이 5시간 정도로 부족한 날들이 많아서 그런지  자주 미련하게 잠에 빠졌다. 평소의 2배에 가깝고 거의 하루의 절반에 해당하는 시간을 잠에 할애했다. 확실히 피로가 줄었고 몸이 가벼워지고 피부가 좋아졌다. 긴장감 없이 편해진 몸만큼 시간은 무력하게 흘러갔다. 어느덧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갔고 이젠 기존의  몸과 얼추 비슷해짐을 느낀다. 증상들은 여전히 잔잔하게 남아있지만 이로써 나에겐 항체가 생겼으니 오히려 좋아졌다고 하는  맞을까. 많고 많은 생각들은 내게 바이러스와 같다. 간신히 집중해 생각의 가지들  하나를 부러뜨리면  다른 변이 생각이 가지를 뻗는다. 하지만 이번은 조금 달랐다. 애당초 쉼에 목적을 두었었기도 하고 초반엔 정말 다른 생각을  겨를조차 없었기에 가지가 뻗을  있는 조건들이 많지 않았다. , 햇빛  생장에 필요한 요소들을 일시적이지만 애당초 차단했다. 졸리면 시간에 상관없이 잠을 잤고, 배가 고프면 가리지 않고 먹었다. 무의미한 예능 프로와 영화들을 보았고, 오래간만에 남은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렸다. 생각을 단순하게 하고 차차 비워가며 평탄화시켰다. 흐르는 시간을 가만히 흘려보내며 잠시 아쉬워하고 후에 미련 없이 보내주었다. 내일부턴 다시 바깥세상에 발을 내디딜 것이다. 일주일간 기른 수염도 칼날에 전부 잘려 떨어질 것이다. 마지막 날의 해가 지고 하늘이 짙은 남색으로 물들어갈 때쯤  생각을 꺼내보려 한다. 닫아놓았던 문을 조금 열어 놓는다.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좋은 쉼이었다.  며칠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자주 창문을   같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자주 환기를 시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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