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나와 결이 닮은 사람, ‘저 사람 나 같다’ 싶은 사람을 만날 때면 호기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눠보면 비슷한 온도와 속도의 생각과 마음이 꾸밈없는 모습으로 자연스레 드러난다. 잴 생각 않고 너무나도 솔직한, 피부색과 같은 새하얀 마음이 이뻤다. 가끔 나는 가면을 쓰기도 하는데 대개의 본 모습은 차분하고 조용하며 말수도 적은 편이다. 나이를 조금씩 먹어갈수록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말을 아끼는 순간이 많아지는데 한 공간 안에서 어느 정도의 그 적막과 고요함을 나조차도 어색해 할 때가 있다. 숨을 쉬는 행위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무의식중 새로 만들어진 공기를 인식하게 되는 순간 더 이상 숨 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게 된다. 불편함을 인지하게 되면 주변을 의식하게 되고, 불규칙한 호흡은 가만히 있던 몸짓을 괜히 빙자해 삐걱대게 한다. 조용히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생각을 하며 취향을 나누고 서로를 의식하지 않는 것. 음성보단 활자가 좋고 각자의 시간을 존중해 주며 서로에게 의지하지 않는 관계. 그건 마치 공원 한복판의 큰 나무와 같아 보인다. 우리는 얼마나 더 닮아있을까, 앞으로 얼마나 더 융화되어갈까. 나는 없다. 고민도 의심도 걱정도 여지도 전부. 너랑 난 미지근한 사람. 그 뒤의 이어지는 말은 생략해도 되는. 대신 난 손이 따뜻한 사람. 그런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