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몸에 오한이 들고 솜털과 닭살이 허리를 빳빳이 세운다. 체온계는 없지만 알 수 있다. 온전히 내 몸이니. 이건 못해도 39도는 올라간 게 분명하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주먹을 쥐어보아도 힘이 전혀 들어가질 않는다. 아프다. 약간의 바람만 피부에 스쳐도 살이 아려오고, 면도 칼로 베인 듯 혹은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듯한 불쾌한 통증이 지속된다. 어지럽다. 동공의 초점은 자주 길을 잃고, 여기가 어딘지 몇 신지도 관심이 없다. 까맣다. 새까맣고 바람 한 톨 허락하지 않는 텁텁하고 짙고 네모난 공간 어느 구석에 난 코 푼 휴지처럼 가만히 구겨져있다. 신음 소리와 함께 나조차도 알 수 없는 언어를 뱉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꿈틀댄다. 잠이 오질 않아도 자야만 한다. 현재로선 그러지 않고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눈을 감는다. 3초 내지 4초 정도 지났을까 몸의 각 방향의 끝 쪽에서부터 벌레가 기어 다닌다. 꿈틀대며 지나간 살 결 위로 전율이 흐르는 게 지렁이보단 마치 전기뱀장어에 가깝다. 잠 조차도 편히 잘 수가 없다. 위액이 올라오고 온몸을 주무르고 침대에서 내려와 한참을 서성이다 나도 모르는 새 기절한다. 한 시간에 한 번은 잠에서 깬다. 몸이 너무 뜨겁거나, 목이 너무 마르거나, 너무 춥거나, 또 벌레가 지나다녀서. 이젠 꿈 속인지 현실인지도 몇 번씩 햇갈린다. 다시 완전한 현실로 돌아왔을 때, 난 건강했을 때의 내 몸과 얼추 닮아져있었다. 물을 한잔 마시고 이젠 못 먹었던 밥을 먹고 침대에 눕지 않고 앉아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시간쯤 지나면 난 언제 그랬었냐는 듯이 다시금 기력을 빼앗긴다. 서둘러 약을 입에 털어 넣고 침대 구석에 구겨진다. 일어나 거울을 본다. 가뜩이나 없는 얼굴살이 더 파여 앙상하기 그지없다. 스트레스에 스트레스가 겹치니 모든 게 다 예민하게 느껴진다. 이런 스트레스에도 담배 생각은 하나도 나지 않는 걸 보니 이참에 금연을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든다. 많이 아프긴 한가보다. 가끔은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지럽고 무기력하고 어두운 바다에 한없이 가라앉는 느낌이다. 이대로 그냥 눈을 뜨지 않으면 차라리 괜찮을 수도. 하지만 그런 무책임한 태도는 전혀 괜찮지 않다. 몸은 뜨겁고 힘은 없지만 타자를 칠 정도의 여력은 있어 다행이다. 모니터를 덮고 출근을 해야만 하는 삶은 너무 무책임하다. 무엇이 옳고 그른 건지 입안이 고소하기만 하다. 병원에 입원할 때면 종종 느꼈던 감각이 이젠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기분이 좋지가 않다. 아침에 일어났을 땐 맑던 하늘이 이젠 먹구름으로 뒤덮여간다. 아무렴 어떤가 어쩌면 이게 현실이 아닐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