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들꽃을 보면서
나무와 들꽃을 보면서 사색에 잠겼다. 나무의 사계절을 보면서 내 인생의 사계절을 떠올려본다. 나무는 하늘로 높이 나아가지만, 뿌리는 땅속에 있다. 땅속에서 뿌리가 자라고, 나이테를 늘리면서 몸집도 커지고 키가 자라간다. 나무는 사계절을 겪으면서 좋은 날만 보내지는 않는다. 봄에는 4월의 잔인한 꽃샘추위를 몸으로 맞고 겨우내 언 몸을 풀기 시작한다. 여름에는 장마철 태풍도 만난다. 비바람 속에서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시간을 통과의례처럼 겪는다. 가을에는 주렁주렁 열매를 맺는다. 춥고 냉랭한 겨울에는 꾹 바로 서서 버텨낸다.
나는 고난 속에서 모난 성격이 깎이면서 성숙해 간다. 겨울이라는 고통의 시간을 거쳐야 변화가 시작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내가 아픈 만큼 남이 얼마나 아픈지 느낀다. 또한 모멸감을 느끼면서 사람을 존중하는 법도 배운다. 내가 공감받지 못하고 배려받지 못하면서 공감과 배려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다. 사소한 것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와 행동도 배운다.
우람하게 하늘로 뻗은 나무를 보면서, 인내로 버텨온 고통의 세월이 그려진다. 나무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변화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변화와 성장을 위해서는 고통이 필요하다. 인생은 마카롱 맛처럼 달콤하지만은 않다. 고통을 겪어야 기쁨이 무엇인지도 안다.
길을 가다가 이름도 모르는 들꽃을 보았다. 문득 눈이 갔다. 국화처럼 생겼으나 국화는 아니다. 들이나 숲에서 어느새 피었다. 지는 꽃으로 기억이 된다. 그래도 이 꽃은 그저 이 꽃만의 향기가 있고 아름답다. 나의 인생과 비슷한 들꽃이다. 나는 딱히 눈에 띌 만큼 내세울 게 별로 없다.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는 위치에 있다. 이상가형(INFP)인 나는 신념과 가치, 비전을 추구하면서 살아왔다. 꿈을 위해 걸어오면서 바닥을 칠 때도 있었다. 바닥에서 주어진 것을 그저 감사하면서 사는 것이 행복임을 깨달았다.
나는 학생들에게 감사 일기를 쓰게 하고 나눔의 시간을 가진다. 수업은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로 마무리 인사를 한다. 인사에는 ‘감사’라는 인생철학이 담겨있다. 최근 오랫동안 몸담고 있었던 공동체를 떠나기로 결정을 내렸다. 요즘 계속 입가에 맴도는 시 한 구절은 ‘가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이다. 이 순간에도 깨닫는 것은 감사이다. 여기까지 무사히 공동체에서 지내왔던 시간이 감사하다. 행복한 추억이 감사하다. 특별한 스캔들 없이 유종의 미를 거두어서 정말 감사하다. 감사하니 마음이 행복하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가 말하는 행복이다.
첫째, 지금 어떤 일을 하기.
둘째, 어떤 사람을 사랑하기.
셋째, 어떤 일에 희망을 던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