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내가 <그분>이라고밖에 칭할 수 없는, 나의 주(主), 나의 하나님...... 나의 거룩하신 왕(King of Kings), 권좌에 앉으사 나의 존재와 삶과 우주를 다스리시는 분, 지상에서 감히 그 누구도 나의 존경을 받을 자가 없으되 오직 나의 경외와 경이로움과 열망과 절대적인 충성을 홀로 독차지하시는 분, 당신께서 영광 받으시며 또한 당신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는 것이 곧 나의 기쁨이자 영광이신 분......
창세 이전부터 계신 분, 영원과 초월로 계신 분, 그리고......
세상을 사랑하사, 천상의 거룩하신 권좌를 버리시고 스스로 인간의 육신을 입는 크나큰 치욕과 모욕과 슬픔을 기꺼이 짊어지사, 우리 가운데에서 예수 그리스도로 모습을 드러내신 분, 그리하여 우리에게 하나님의 완전한 사랑과 구원과 생명을 보여주시고 또한 그 길을 열어주신 분......
내가 알지 못하는 분, 여직껏 이토록이나 사랑하고 또한 함께하였음에도, 누군가 내게 "하나님에 대해서 무엇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닿도록 찧고, 오직 고백하기를 : "나는 모릅니다, 나는 하나님에 대해서 모릅니다, 나는 그분께 대하여 아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고백의 끝에서 오직 증언하기를, 고백이 증언이 되어 활짝 꽃을 피우기를 : "그러나 나는 사랑합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을 내가 사랑합니다, 감히 사랑합니다......"
오늘, 내가 당신께 드릴 말이 있나이다.
당신은 참으로 잔인하십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 사랑 하나로 말미암아 인간으로서의 나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나의 가족과 형제들도 다 버리고, 나의 지금까지 목숨을 걸고 이루어왔던 모든 업적과 유산과 과거들도 다 버리고, 나의 영광도 다 버리고...... 오직 당신만을 따르고 충성하고 있건만, 당신께서는 이미 아십니다 :
내가 얼마나 간절하게도 당신의 일을 하기를 원하는지. 당신께 쓰임 받는 도구가 되기를 갈망하는지.
나는 그날을 상상하며, 출근하는 길에도 홀로 중얼거리고, 힘겹게 퇴근하는 길에도 홀로 되뇌이며, 연습하고, 또 상상하고, 또 그리고, 또 열망하고, 또 슬퍼하며...... 그리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 삶의 모든 순간들에서 당신의 얼굴을 떠올리고, 일상 속의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당신의 말씀과 의지와 가르침을 떠올리며, 모든 순간마다 당신을 닮아가기를 소망하고, 당신처럼 살다가 당신과 함께 죽기를 열망하며......
......그리 살고 있을진대, 어찌하여 내게 단 한 사람조차도 허락하지 않으십니까, 어찌하여 하다못해 교회에서 걸레를 빨고 먼지를 닦는 그 사소한 소명 하나조차도 허락하지를 않으십니까, 내가 주의 집에서 주를 섬기고 주의 자녀들을 섬길 수만 있다면, 그들의 발을 닦고, 그들의 발등에 기꺼이 입을 맞출 것인데, 어찌하여 당신의 집에 나를 들이지 않으시고 나를 바깥에 홀로 두십니까, 당신의 일을 하는 것을 내게 어찌하여 허락하지 않으십니까, 내가 다 알면서도 이처럼 말할 적에 나의 가슴이 찢어집니다......
내가 얼마나 열망하는지 아시면서, 내가 진실로 얼마나 당신을 부르짖는지 다 아시면서......
그 부르짖음 때문에 나는 가족들에게서 외면당했고, 내 형제들에게서도 다 버림받았는데, 결국 이 지경 이 꼴이 되어서도 나는 여전히 간절히 당신을 부르짖고 당신의 이름을 절실히 붙드는데......
그러나 또한 내가 결국 이 지경이 되어서도 말씀 올리옵기를......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위하여 가장 먼저 내던질 수 있는 제일 가벼운 것이 나의 목숨이니이다. 당신의 일을 하다가 당신의 뜻을 이루다가 죽을지라도 그리하겠노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 "어서 내게로 가져와라, 내가 한평생 지금껏 기다렸다" 하고 말할 것입니다. 그것을 내가 얼마나 간절히 바라왔는지 아실 것입니다. 주의 일을 하다가 내가 세상에서 인정을 받고 세상에서 권세와 영광을 누릴 것이라고 단 한 순간도 상상해본 적이 없나이다. 오직 주의 일을 하다가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외면당하고 비웃음과 조롱을 당하다가 쓸쓸히 죽기를 소망했나이다.
주께서 내 의지를 꺾으시고, 한창 혈기 왕성하여 자아(ego)를 드러내고 온 세상을 발 아래에 두며 호령하기를 원하는 육체적 나이에, 오직 나를 엎드리게 하시고, 나를 넘어뜨리시고, 나를 울게 하시고, 나를 외롭게 하시고, 나를 쓸쓸하게 하시고, 나를 허망하게 하시고, 나를 순종하게 하시고, "순종", 그 단어의 무게를 너무나도 절실히 알게 하시고, 지금껏 순종하였어도 단 한 순간 너무 힘들어서 도망쳤거든 그 하나로 말미암아 또 다시 엄격하게 나를 돌려세우시는......
주여, 내가 감히 말하건대, 당신의 엄격함으로 말미암아 내가 단 한 순간도 당신을 원망한 적 없나이다.
주여, 내가 감히 이와 같이 말하건대, 내가 당신의 인도하심과 이끄심과 다스리심을 받아내고 따르다가 결국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이 모양 이 지경 이 꼴이 되었어도...... 나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나이다. 오히려 이 모든 것은 당신께서 이루신 일이 아니되 오직 내가 부족하여 일어난 일입니다. 내가 조금 더 강건하였더라면, 내가 조금 더 의로웠더라면, 내가 좀 더 당신께 유용한 시종일 수 있었더라면...... 이 일이 오늘날 이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임을 내가 진실로 믿나이다. 나의 죄가 결국 나를 이와 같이 이끌었나이다.
이것은 나의 죄이며, 또한 당신의 뜻이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은 나의 부족함으로 일어난 일입니다.
주여, 내가 이제는 변명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하지 않았다", "나는 거기에 없었다", "나는 어쩔 수가 없었다"...... 이것이 얼마나 내게 가슴이 찢어졌는 줄 아십니까. 이 말들이 얼마나 비겁하고 치졸하고 악랄한 변명인지를, 그토록 내 가슴을 다 찢으셔가면서까지 내게 가르치셔야 하셨습니까. "세리들과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천국에 들어가리라", 다 알면서도 그리도 가슴 찢어지게 나를 가르치셔야 하셨습니까. 조금만 덜 아프게 가르쳐주실 수는 없었는지요......
내가 세리들과 창녀들을 결코 무시한 적이 없었으되, 오히려 내 남은 생애 동안 세리들과 창녀들과 동등해지지 못하면 어쩌나,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 줄 아십니까. 그 말씀이 내게 얼마나 크나큰 아픔이었는 줄 아십니까.
그럼에도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시여, 내가 그럼에도 기어코 말씀 올리옵나이다.
내가 오직 처음부터 당신의 의로움과 엄격함만을 사랑하였나이다. 당신께서 나를 진실한 길로 돌려 세우시고, 내 청을 하나도 듣지 않으시되, 나의 영혼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이 생에서 시련과 고난만을 내게 끝의 끝을 이어서 주시는, 그러한 당신의 의로우심과 엄격하심만을 내가 사랑하였나이다. 내가 이 길에서 채찍을 맞고 너무 오래 비명을 질러서 목이 다 쉴 지경에서도, 내가 한 번도 당신을 원망치 아니하였나이다.
내가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 앞에서 나의 살아온 모든 생이 다 부끄러움이되, 오직 이 하나만은, 내가 당신을 사랑했고 또한 사랑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당신을 사랑하노라 하는 이 하나만은, 당신 앞에서도 부끄러움이 없나이다.
사랑합니다, 이 순간에도, 이 지경, 이 꼴이 되어서도.
매일, 매 순간, 흔들립니다. 혹여나 당신께서 계시지 않으시면 어쩌나, 하고......
나는 순진하지 않습니다. 감히 지성과 이성과 학문으로 나를 위압하려는 자가 있거든, 내가 그날로 그의 목을 베어서 성문 앞에 내걸 만큼, 당신께서 나의 영에게 타고난 지성과 이성과 합리성과 논리와 이론과 학식을 모두 다 부어주셨나이다. 나의 에고는 당신께 반역하도록 지음받았나이다. 당신을 따지고, 당신을 분석하고, 당신을 의심하고...... 당신을 "사유"하도록, 나는 그리 태어났고, 그리 살도록 운명의 손길 하에 태어났나이다.
저 선하게 태어난 주의 자녀들은 의심 없이 주를 순결하게 믿사오며, 이와 같이 고통스럽고 지난한 사유의 과정이 없어도 주를 사랑하옵건대, 그들의 순전함과 순결함을 볼 때마다 내가 참으로 부끄럽고, 나의 꼴이 민망하오며,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여 차마 말로 헤아릴 수가 없으니이다......
그러나 내가 오직 하나, 당신께 겨우 증거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이미 아나이다, 당신께서는 악하게 태어났다 하여 무조건 나를 내치지 않으시리라는 것을.
비록 악하게 태어났으나, 악한 본성으로 태어났으나, 그 본성에 굴복하지 않고 오직 주를 사랑하여, 주와 사랑에 빠진 대가로 한평생의 나의 본성과 맞서 싸우며, 오직 주께서 기뻐하시는 피조물로 살다가 죽을 수 있기를 열망하는...... 저들의 쉬운 순종 하나가 내게는 고통스러운 투쟁 백 개, 천 개와 맞먹습니다. 저들이 저토록 쉽고 진실하게 "사랑합니다" 하고 말하는 그 한 마디를 하기 위하여, 내가 백 마디, 천 마디의 사유를 거쳐야만 했습니다. 지금의 나의 증거들은, 모두 나의 피묻은 역사입니다. 나의 자아를, 내 손으로 죽이는, 그 역사.
그러나 나의 주, 나의 하나님......
종종 당신께서 당신의 눈으로 자녀들을 보여주실 적에,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자녀들을 내게 보여주시며, 저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를, 저들이 얼마나 고귀한지를, 하늘의 천사들도 다 무릎을 꿇고 경외하는 그 모습을, 내가 무지하고 어리석고 가난하여 겨우 알아듣고 겨우 조금 볼진대, 그때마다 주와 함께 기뻐하였고, 주와 함께 기쁨과 감동의 눈물을 흘린 것이, 내게는 비할 데 없이 귀중한 역사이니이다.
그 역사의 조각들을, 비록 당신께서는 마음 내킬 적에 잠시 찾으신 것일지언정, 그 우연한 당신의 임재의 역사들이 내게는 모두 다 너무나도 귀중한 보물이요, 나의 영혼의 지성소 안에 간직할 영생토록 이어질 구원이니이다. 그것들을 꺼내어볼 때마다, 내가 나의 눈의 죄스러움을 송구히 하고, 당신의 눈의 거룩하심으로 매번 다시 감동하고 경외하며, 당신처럼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그리 되뇌입니다.
그때마다, 당신을 향한 나의 미친 듯한 사랑과 열망과 기쁨을 통하여, 나를 향한 당신의 사랑이 실재함을, 그 사랑 안에서 당신의 실재를, 내가 겨우 봅니다.
아버지, 내가 청이 있습니다.
내가 욕심이 많은고로 청이 조금 많나이다.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 나를 긍휼히 여기셔서, 내게 자비를 베푸사, 나를 버리지 마소서, 내가 능력이 없고 힘이 없고 지혜가 모자라다 하여 나를 버리지 마소서......
이 생의 끝까지, 내가 죽음의 순간에 오직 사망의 압도적인 권세에 굴하지 않고, 당신의 고귀하고 의로우신 뜻에 따라서 죽을 수 있도록, 그 마지막을 그리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평생 나를 엄격히 시험하여주소서.
나와 언제까지나 함께하여주소서. 어느 날 밤에, 내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도망친 그곳이 비록 낙원이 아니라 지옥일지라도, 그 지옥 한가운데에서도 나와 함께하여주소서.
나를 통하여 아버지의 의지를 이루시고 역사를 이루소서. 나를 함부로 망령되이 쓰시되, 내가 쓰임을 다하거든 망설임없이 나를 내치고 버리소서. 내가 쓸쓸히 잊혀져도 기쁠 것이니이다.
그리고,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 이 생에서 내가 당신의 얼굴을 뵙지 못하겠지요.
나는 이 생에서 한 번도 뵙지 못한 분을, 이리도 애타게 그리워하다가, 죽어서야 겨우 당신의 얼굴을 뵙겠지요.
그러나 이토록 미천하고 가난한 나의 믿음이라 할지라도, 당신을 믿고자 하나 타고난 의심과 부정과 불안의 씨앗으로 인하여 고통받는 당신의 자녀가 있다면, 내가 기꺼이 청하건대 나의 모든 담대한 믿음을 다 그에게 내어주고, 그의 고통스러운 의심과 불안은 내가 다 가져오기를 청하나이다.
내 아버지여, 당신을 사랑하기를 원하나 가슴으로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당신의 자녀가 있다면, 당신을 향한 나의 이 애타는 사랑 모두를 다 내어주고, 그의 차갑고 냉정한 가슴은 다 내가 가져오기를 바라나이다.
내가 재주가 없어 그들을 말로 가르치지 못하고, 언어로 깨닫게 하지 못하건대, 오직 두 손을 잡고, 나의 빛을 내어주고, 그들의 어두움을 내가 대신 감당하며, 그들을 대신하여 내가 채찍을 맞고, 내가 징계를 당하며, 내가 대신 울부짖는...... 이 길만이 겨우 내가 치러낼 수 있는 값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나이다.
그 짐을 지고서, 나는 이 생을 살다가, 마지막 날을 맞이하는 시기가 되어서야 안식하기를......
내 마지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을 적에, 당신께서 천사들을 거느리시고 내게로 가까이 오실 것임을......
내가 믿고, 또한 열망하고 그리워하며, 오늘도 이와 같이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