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소인수분해 할 줄 아니?

by 페로로

센터에서 검정고시 수업을 하다 보면, 모든 학생에게 하게 되는 질문이 있다.


"너 소인수분해 할 줄 아니?"


열에 아홉은 그렇다고 말한다.


"그럼 111을 소인수분해해볼래?"


그리고 아홉 명 모두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하지만 '혹시 이번 학생은 다를까?' 하며 나는 늘 같은 질문을 던진다.


문제를 낸 뒤 마음속으로 5초를 센다. 5, 4, 3, 2, 1.. ok. 너도 소인수분해 할 줄 모르는구나.


"너는 소인수분해를 할 줄 모르는 거야. 왜 그런지 지금부터 설명해 줄게. 우선 정답을 알려주면, 111은 3 ×37이야. 아마도 너는 '111'이라는 수를 보고 '2로는 안 나눠지는 거 같은데... 3으로는 나눠지나? 7로는 나눠지나? 잘 모르겠는데...' 이런 식으로 생각을 했겠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너는 111이 3으로 나눠지는지를 '실제로 나눠 봐야 알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지. 그런데 나는, 111이라는 숫자를 보자마자 3으로 나눠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 표정이 바뀌어가는 걸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몇몇 수들은 직접 나눠보지 않고도 그 수로 나눠 떨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그리고 그 가장 대표적인 수가 3이야. 각 숫자의 자릿수를 더했을 때 3의 배수면 3으로 나눠 떨어지는 거야. 예를 들면, 111은 1+1+1=3이잖아? 그래서 111은 3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거지. 123은 1+2+3=6이니까 마찬가지로 3을 약수로 가지고, 11111111은 자릿수 합이 8이니까 3을 약수로 안 가지고, 111111111은 자릿수 합이 9니까 3을 약수로 가지고... 이런 식으로 쉽게 알 수가 있어."


학생의 눈과 입이 순식간에 동그래진다. 그런 얼굴 보여주는 건 기쁘지만, 이걸로 놀라긴 아직 이르지.


"9도 3이랑 똑같은 성질을 가져. 즉 자릿수 합이 9의 배수면, 9로 나눠져. 그럼 이번엔 2로 가볼까? 이건 알겠지? 88은 2로 나눠져 안 나눠져?"


"나눠지죠"


"그치? 그런데 나눠지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 거야?"


"그냥 나눠보면 되잖아요"


"뭐? 진짜 그렇게 아는 거라고? 음.."


(칠판에 적힌 88 앞에 숫자를 추가로 적는다)


"8765432188. 얘는 2로 나눠져, 안 나눠져?"


헉, 하는 들숨소리와 함께 다시 동그래진 눈. 잠시 생각하던 학생이 대답한다.


"오.. 나눠지죠"


"그래! 나눠봐서 알 수 있는 게 아니라니까? 일의 자릿수가 2, 4, 6, 8, 0 중 하나니까 2의 배수인 걸 알 수 있는 거잖아. 다시 말해서, 2의 배수인지 아닌지는 일의 자리만 보면 알 수 있어. 5의 배수도 그렇지? 일의 자리가 5나 0이면 5의 배수잖아. 이해되니?"


"네"


"좋아. 그럼 이번에는 4를 보자. 물론 4는 2 × 2니까 소인수분해를 할 때 몰라도 상관은 없는데, 이 내용 한 김에 같이 보자고. 5랑 2는 일의 자리만 보면 됐잖아? 4는 그거랑 비슷하게 끝 두 자리만 보면 돼. 예를 들어 8465432188 <- 얘는 88이 4의 배수니까 4의 배수인 걸 알 수 있어. 왜 그런지 설명해 줄게. 마지막 두 자리가 0이면 100의 배수인 건 알겠니? 예를 들어, 7200은 100의 배수인 거 알겠어?"


"네"


"그런데 100=4 ×25잖아. 그럼 마지막 두 자리가 0이면 , 자연스럽게 4의 배수이기도 하지?"


"네"


"그럼 7288이라는 숫자를 보자. 7288=7200+88이잖아. 7200은 4의 배수니까, 88만 4의 배수이면 7288도 4의 배수가 되겠지? 즉, 100이 4의 배수이기 때문에 마지막 두 자리만 보면 그 수가 4의 배수인지 판별할 수 있는 거야. 같은 이유로 25의 배수 판정도 마지막 두 자리만 보면 돼. 7275는 25의 배수이고, 7288은 25의 배수가 아닌 거지. 그럼 아까 2와 5를 다시 볼까? 왜 2랑 5는 마지막 한 자리만 보면 알 수 있었을까? 2 ×5가 10이니까, 7288=7280+8 형태로 볼 수 있기 때문이야. 이해돼? 즉 2와 5, 4와 25에서 이런 성질은 우리가 10진법을 쓰기 때문에 생기는 건데—"


급격하게 처지는 입꼬리와 우울해지는 눈동자. 아. 또 내가 급발진을 해버렸구나.


"미안해. 마지막 말은 잊어버려. 아무튼, 이렇게 몇몇 수들은 직접 나눠보지 않고도 약수인지 아닌지 알 수가 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알아둬야 소인수분해를 빠르게 할 수 있다고. 이제 111이라는 숫자를 보면 3으로 나눠진다는 걸 알겠어?" "네."


"... 신기하지?"


"... 네."


내가 씩 웃으며 학생을 쳐다보면 그 얼굴에도 미소가 올라온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지루하고 힘든 일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학생들이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데서 오는 원초적인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성적이 하위권인 학생들은 특히 그런 것 같다). 나는 그 즐거움을 알려주는 것이 가르치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지는 그 순간은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큰 보상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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