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손 아지매의 요리일기 3

미나리는 죄가 없다 - 미나리생채

by 아는 사람 가탁이

2주일 전 이었다. 주말 특식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생각난 게 있었다. '삼겹살에 미나리' 급하게 맛집탐방팀이 만들어졌고 오랫동안 손 놓고 있었던 운전대를 잡았다. 청도 한재미나리를 먹으러 가는 길은 구불구불 산길이었고 남편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인지 운전대 잡은 손을 연신 바지에 닦으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가 운전하리이까?" 조금 어색해도 바짝 긴장한 남편보다는 능숙하리라 생각하고 제안을 했다.

"이래 꼬불꼬불한 데를 와 오자고 해서는...""누가 오자고 했는데요 제안은 지가 했지만 그 제안에 양손으로 반긴 사람이 누구일까요?" 자꾸 내 탓을 했다. 운전대를 넘길 생각은 않고. 옥신각신하다 딸내미의 중재로 핸들을 넘겨받았다.

'○○○농부식당' 휴일이어서인지 도로변과 식당 주차장에는 차가 많았다. 이왕 먹을 거면 그 땅에서 태어나 농사지은 작물이 나을 거 같아 선택한 식당이었다. 보통의 미나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은 비닐하우스로 만들어져 환기가 잘 되지 않을 것도 같아서 선택하기도 했다.

삼겹살은 130g에 10,000원, 3인이면 4인 상에 고기는 5인분이 필수라 했다. 전날 재래시장 식육점에서 구입한 목살 13,000원 보다 적은 양이 5인분으로 나왔다. 필수가 사장님 이름이 아니었던가? 거기다 모처럼의 외식 분위기에 도취되어 추가한 볶음밥은, 공깃밥에 콩나물과 김가루가 조금 더 추가되었을 뿐인데 1인분에 7천 원. 허걱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미나리가 아무리 짧은 시간 맛볼 수 있다(미나리는 한 철)고 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누구인지 착각하게 만들었고 가격에 대한 분노와 서운함으로 인해 미나리의 향긋함은 제대로 음미하지도 못했으니까...


그로부터 일주일 후, 팔공산 자락에서 생활하는 친구가 동네에서 농사지어 판매하는 미나리를 친구들에게 한 단씩 선물해 주었다.

그래. 이제 제대로 맛을 볼 수 있겠구나. 고마워 친구야 너 아니었으면 괜스레 미나리가 욕 얻어먹을 뻔.



[주말 아침상을 풍성하게 만들어준 미나리생채 레시피]

1. 미나리는 식초를 떨어뜨린 물에 10분 정도 담가둔다.(불순물제거 외)
2. 미나리가 때를 불릴 동안 미나리에게 입혀줄 꼬까옷(양념장)을 준비한다.
고춧가루(식성에 따라 매운맛 안 매운맛 섞어주니 더 맛있긴 하더라)에 간장, 매실청, 식초를 넣어 부드럽게 되었음을 확인하고 마늘, (난 생강도 넣는다) 액젓 또는 국간장은 조금만 더해준다. 단맛을 좋아하면 설탕(대체당도 좋다)도 추가! 손등에 찍어 간을 보고 싱거우면 소금 꼬집해 투하
3. 때가 퉁퉁 불은 미나리는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군 다음 채반에 건져 물기를 빼고 먹기 좋은 길이(4~5cm)로 잘라준다
4. 큰 볼에 자른 미나리를 담고 양념을 넣어 슬슬 버무려준다(생야채는 털어내듯 슬슬 무쳐야 풋내가 나지 않는다!)
5. 통깨로 블링블링하게 장식해 주면 끄읕.

※ 미나리는 피를 깨끗하게 해주는 채소라 고지혈증이 있는 남편을 위해 자주 먹는다는 사실은 안 비밀.
더하자면, 나는 당근을 많이 먹어야 해서 당근도 채 썰어 넣는데 의외로 궁합이 좋다. 당근을 넣을 때는 당근에 양념옷을 입힌 후 미나리와 손잡게 해 주면 된다.
아! 참기름은 개인취향.


엇! 딸내미 밥,국 그릇은 어디에?


매거진의 이전글똥손 아지매의 요리일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