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악용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다
2021년 10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었다. 꼭 필요한 법이었다.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들은 일상의 모든 순간이 공포였으니까. 예전에는 경범죄 처벌법으로 10만 원 벌금이 전부였던 것이, 이제는 최대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법이 생기면 그 경계에서 고민하게 되는 사례들도 생긴다. 정당한 권리 행사와 스토킹, 그 경계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최근 맡았던 한 사건이 그 질문 앞에 나를 세웠다. 결혼을 앞둔 직장인이 전 여자친구에게 SNS 사진 삭제를 요청했다가 스토킹으로 고소당한 사안이었다. 정작 협박을 한 건 전 여자친구 쪽이었는데 말이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과거
A 씨는 5년간 교제했던 전 여자친구와 2022년 말에 헤어졌다. 이후 새로운 사랑을 만났고, 2024년 봄에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전 여자친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과거 A 씨와 교제할 때 찍었던 사진들을 계속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A 씨가 선물했던 반지 사진, 함께 여행했던 장소들. 심지어 약혼녀가 속한 대학 동문 카톡방에까지 이런 사진들을 올렸다.
약혼녀와 갈등이 생기자, A 씨는 전 여자친구에게 연락했다. "사진 좀 내려줄 수 있어?" 정중한 부탁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협박이었다. "내 사진 내가 올리겠다는데 무슨 상관? 걔한테 아예 DM으로 보내줘?"
결국 A 씨는 전 여자친구와 직접 만나 대화를 시도했다. 그 자리에서 전 여자친구는 '결혼하지 않기를 바랐다'며 사과하면서도 미련을 드러냈다. 잘 풀렸다 싶어 이후 사진 삭제와 반지 반환 등을 이유로 A 씨는 몇 차례 더 연락하게 되었는데, 전 여자친구가 그런 A 씨를 스토킹으로 고소했다.
A 씨는 억울함보다 두려움이 컸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자신이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무엇이 스토킹인가
스토킹처벌법에서 말하는 '스토킹 행위'는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상대방 의사에 반(反)해야 한다. 단순히 전화를 안 받거나 답장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바로 '의사에 반한다'라고 볼 수는 없다. 명확히 연락하지 말라고 의사표시를 하거나, 차단하는 등 구체적인 거부 의사가 나타나야 한다.
둘째, 정당한 이유가 없어야 한다. A 씨의 경우 전 여자친구가 자신의 사진을 SNS에 올려서 약혼녀와 갈등이 생긴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진 삭제를 요청하는 것은 충분히 정당한 이유가 있다.
셋째,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켜야 한다. 단순히 사진 삭제를 요청하는 문자나 전화가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다.
우리는 A 씨의 사건에서 이 세 가지를 하나씩 입증해 나갔다. 전 여자친구의 협박 문자, SNS 게시물 캡처, 약혼녀와의 갈등 상황을 입증할 자료들이 결정적이었다.
결과는 당연히 무혐의였다. 이 당연함을 증명하기 위해 A 씨는 몇 달을 불안 속에서 보내야 했다.
보복은 더 큰 범죄가 된다
상담실에서 나는 늘 강조한다. 스토킹으로 고소당했다고 해서 상대방을 찾아가서 다투거나 폭행하면 절대 안 된다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자신의 형사사건 수사와 관련해서 고소한 사람에게 보복 목적으로 폭행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일반 폭행죄는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 벌금인데, 보복폭행은 1년 이상 징역이 확정되는 것이다. 벌금형도 없고 집행유예 가능성도 낮다.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면 더 큰 대가를 치른다.
완벽한 법은 없다
변호사 연차가 쌓여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법의 목적과 한계에 대해 사색하는 나날들이 더 많아졌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법이 생기더라도, 법이 생기면 그걸 악용하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이다. 법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사람은 완벽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완벽한 법은 없다.
그렇기에 변호사가 필요하다. 법이 완벽하지 않기에, 그 불완전함 속에서 정의를 찾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나는 오늘도, 완벽하지 않은 법 속에서 완벽하지 않은 인간의 정의를 찾아 나선다.
변호사일을 시작한 이래, 나는 그렇게 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람과 법 사이 그 애매한 틈에서 이야기를 씁니다.
법무법인(유한) 이현, 대표변호사 이환권
1644-9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