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와 상속사이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진짜 문제
저희 아버지께서...치매가 오셔서요
상담실에 들어선 자녀분의 첫 마디였습니다
종이 위에 적힌 사연은 간단했죠
아파트 매매를 위한 성년후견인 선임 신청
자녀들은 말했습니다
"기억을 못하세요 저희가 누군지도 몰라보시고
지금은 저희가 뭘 해도 동의를 못해주세요
그래서 매매를 못하고 있어요"
저는 그 순간
두 겹의 이야기를 동시에 느꼈습니다
하나는
점점 사라지는 아버지의 기억을 바라보는 자녀의 슬픔
다른 하나는
그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고 싶어하는 현실적인 필요
법률용어로
[성년후견개시 심판청구]라고 부릅니다
흔히 '상속후견인'이라고도 불리는데
실은 치매,정신적 제약 등으로 스스로 판단이 어려운 어르신을 대신해
법적으로 결정을 내릴 사람을 지칭하는 절차죠
하지만
'법적으로 후견인을 세운다'는 건 한 사람의 권리를 '넘긴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단지 부동산 매매를 위해 신청한다고 보기에는
과정은 결코 가볍지 않죠
판단 능력이 정말 없는 상태인지
가족이 아닌 제3자를 지정해야 할 사정이 있는지
이익 충돌은 없는지
모두 법원이 검토합니다
아파트를 팔아야 한다는 건
결국 부모의 재산을 움직이기 위한 목적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모의 의사'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기억을 잃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의지마저 지워도 되는 걸까요?
제가 담당했던 이 사건에서는
자녀가 후견인으로 신청되었고
정신감정을 통해 치매로 인한 의사 무능력이 확인되었죠
법원은 자녀의 후견인 선임을 받아들였고
결국 매각 절차도 가능해졌습니다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되었지만
제 마음에는 한 문장이 오래 남아있습니다
후견인 신청 절차는 정확히 진행되었고
법적으로 필요한 감정도, 판단도 모두 거쳤습니다
후견인 선임도 부동산 매각도 문제없이 끝났죠
하지만 그 모든 절차가 끝난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는 남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 집에서 평생을 살아온 아버지는
이제 그 집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기억조차 사라진 순간
우리는 너무 쉽게 '권리'라는 단어마저 함께 지워버린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