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에 당첨된 주말부부가 위장전입으로 의심받았던 이야기

거주의 기준은 무엇인가

by 대표변호사 이환권


"변호사님, 청약에 당첨됐는데... 허위 전입신고 혐의라며, 경찰서에서 나오래요."


꿈에 그리던 청약에 당첨된 지 2주 만에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았다는 고객의 전화였다. 2010년대 이후 이런 전화가 부쩍 늘었다.


평일에는 서울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경기도 집으로 가는 주말부부. 학업 때문에 부모와 떨어져 원룸에서 사는 20대. 회사 기숙사에 머물지만 주민등록은 본가에 둔 직장인. 이들은 모두 자신이 전입신고한 곳에서 실제로 생활했다. 다만 매일 밤 그곳에서 잠들지는 않았을 뿐이다.





주말에만 전주로 내려가는 삶


의뢰인은 전형적인 주말부부였다. 배우자와 아이는 전주에서 생활하고, 본인은 서울에서 직장을 다녔다. 평일에는 서울에 있는 부모님 댁에 머물면서 출퇴근했는데, 2019년에 부모님이 용인으로 이사하시면서 통근 거리가 애매해졌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서울 ○○구에 사무실을 내셨고, 회사와 가까웠기에 의뢰인은 사무실 한쪽에 잠잘 공간을 마련했다. 평일에는 거기서 지낸 것이다.


2020년 11월, 의뢰인은 서울 ○○구 □□동(위에 언급한 사무실)으로 전입신고를 했다. 그에게 그곳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집이었다. 토요일 새벽 SRT 첫차를 타고 전주로 내려가 일요일 밤늦게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삶. 3년을 그렇게 살았다.


그러다 2023년 2월부터 6개월간 육아휴직을 하면서 의뢰인은 전주에서 가족과 함께 지냈고, 복직 후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그해 4월, 국가보훈처 특별공급으로 청약에 당첨됐다.


하지만 2주 후,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다. 시행사에서도 잔금 납부를 보류하라는 연락이 왔다. 2024년 4월, 의뢰인은 서울 ○○경찰서에 출석했다.





의심의 근거


당국 입장에서 보면 이랬다. 2020년 11월에 □□동으로 전입신고를 했는데, 실제로는 용인이나 전주에 살았던 것이 아닌가.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육아휴직 기간이었다. 2023년 2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전주에 있었으니, 서울 거주 실적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하지만 육아휴직은 일시적 상황이다. 복직을 전제로 한 6개월을 거주지 이전으로 볼 수 있는가. 의뢰인 입장에서는 곧 다시 복직해야 하니 주민등록을 전주로 이전했다가 다시 □□동으로 이전할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증거를 모으다


청약 시스템은 위장전입을 막으려다가, 정작 진짜 거주자들을 의심하게 되었다. 법 집행의 효율성과 개인 삶의 다양성. 이 둘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은 결국 증거다.


평일에 □□동에서 생활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거래 내역부터 뽑았다. □□동 근처 편의점, 식당, 주유소 기록들이 나왔다. SRT와 코레일 이용 내역을 보니 패턴이 명확했다. 주말에는 전주로 가고, 월요일 새벽이나 일요일 밤에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생활.


회사 출퇴근 기록도 확보했다. 평일 아침 8시쯤 회사 근처에서 찍힌 교통카드 기록, 저녁 퇴근 후 □□동으로 가는 동선이 확인되었다. 증거들 중에서는 신용카드 사용처가 결정적이었다. □□동에서 새벽이나 밤늦게 편의점을 이용한 기록들. 거기서 잠을 청한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육아휴직 6개월은 전주에 있었던 게 맞다. 하지만 거주지를 옮긴 것은 아니었다. 복직 후 다시 □□동으로 돌아왔고, 주민등록도 계속 서울에 두었다.





거주란 무엇인가


주민등록법을 보면,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머무는 곳을 기준으로 주민등록을 하게 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거주할 목적이다. 매일 밤 그곳에서 자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생활의 중심이 어디냐가 중요하다. 주말부부라면 평일에는 직장 근처에서 지내고, 주말에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당연하다.



이후 나는 증거자료들을 모아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했다. 결국 경찰은 혐의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도 이를 받아들여 기록반환을 했다. 검사가 경찰의 불송치 의견을 적법하다고 판단해 기록을 다시 돌려준 것이다. 당연히 청약 당첨도 유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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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건을 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 왜 억울한 사람들이 수사를 받아야 하나. 당국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청약 제도가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의심부터 하게 된 것이니까.


문제는 각자의 삶이 획일적인 잣대로 재단되고 있다는 점이다. 매일 밤 그 집에서 자야만 거주인가.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졌는데 말이다.


원칙과 현실 사이의 괴리, 법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삶의 방식들.


그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억울한 사람을 변호하고 있다.





사람과 법 사이 그 애매한 틈에서 이야기를 씁니다.

법무법인(유한) 이현, 대표변호사 이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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