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갱신청구권 거부 손해배상
그는 어느 날 인터넷에서 뉴스 기사를 봤다. 실거주를 핑계로 계약을 갱신하려는 세입자를 내쫓은 뒤, 새로운 세입자를 받은 집주인이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혹시 나도?'
그는 부라 부랴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확인했다. 얼씨구? 자신이 2년 동안 살던 그 집에 새 세입자가 들어가 있었다. 집주인은 당시, "직접 들어가 살겠다"라고 했었다.
정말 들어가 살긴 했다
2020년 겨울, 그는 서울 OO구 아파트에서 2년째 전세로 살고 있었다. 전세금은 5억 5천. 아이들 학교 문제도 있고, 동네에도 정이 들어서 계약 만료 6개월 전 집주인에게 갱신을 요청했다.
집주인의 답은 단호했다. "제가 실제로 그 집에 들어가 살 계획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집주인이 실거주하려는 경우는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2021년 4월, 집을 떠났고, 집주인은 정말로 그 아파트에 들어가 살았다. 22개월 만.
2023년 1월, 그는 뉴스 기사를 보고 실거주 여부를 확인해 봤고, 집주인이 채 2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 제3자와 새로운 전세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세금은 7억 원으로, 본인이 살 당시보다 1억 5천만 원이 높았다. 그때 그는 깨달았다. 실거주는 핑계였을 뿐이라는 것을.
기간의 문제
"이건 명백한 손해배상 사유입니다."
만약 그가 계약 갱신을 했다면 2023년 4월까지는 계속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갱신 시 존속기간은 법에 따라 2년이니까. 그런데 집주인은 2023년 1월에 다른 사람과 계약을 맺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을 보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뒤 제3자와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정확히는 [갱신요구가 거절되지 않았더라면 갱신되었을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그런 행위를 했을 때 한정인데, 쉽게 말해서 갱신 거절 후 2년 안에 다른 이와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손해배상은 얼마나 받을 수 있나
① 갱신거절 당시 월차임(전세일 경우, 법정 전환율에 따라 환산)의 3개월 분, ② 제3자에게 임대하여 얻은 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월차임 차액의 2년분, ③ 갱신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이라는 세 가지 방식 중 가장 큰 금액을 청구할 수 있는데, 결론적으로 4,950만 원이 나왔다.
법원의 판단
재판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이 드러났다. 집주인이 사실 계약 종료 후 약 1년이 지나서부터 전세금을 10억 원까지 올려 임대를 시도했었다는 사실이다. 너무 올려서 임대가 되지 않자 결국 7억 5천만 원에 뒤늦게 계약을 성사했던 것뿐이었다.
집주인은 끝까지 항변했다. "인테리어 비용만 5천만 원을 들였다", "실제로 22개월이나 살았다", "부득이한 사정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집주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예상대로 의뢰인의 손을 들어줬다.
권리를 쟁취하라
판결이 나온 뒤, 그에게서 정말 감사하다고 메시지가 왔다. 나는 그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이런 일이 얼마나 많을까. 실거주를 핑계로 내쫓긴 세입자들 중 뉴스 기사를 보지 못한 사람들,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
권리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연한 기회로라도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었음을 알게 되었다면 빠르게 움직여라.
그가 뉴스 기사 하나로 자신의 권리를 찾은 것처럼.
사람과 법 사이 그 애매한 틈에서 이야기를 씁니다.
법무법인(유한) 이현, 대표변호사 이환권
1644-9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