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청구한 과거 양육비, 그리고 소멸시효

자녀가 성년이 된 후에도 과거 양육비를 받을 수 있을까

by 대표변호사 이환권


2024년 3월, 50대 남성 A 씨가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는 2006년에 이혼한 후 홀로 아들을 키웠는데, 그동안 전처로부터 양육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변호사님, 지금이라도 받아낼 수 있을까요?"


18년이 지났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1994년, 판례가 바뀌다


과거 양육비 청구라는 개념 자체가 인정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막 변호사 일을 시작하던 시기가 그러했는데, "이미 지나간 양육비는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었다. 흘러간 시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1994년 5월 1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역사적인 결정으로 인해 이 같은 인식은 뒤집히게 된다. 부모의 양육의무는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고,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과거의 몫도 분담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다. 과거 양육비를 부정하던 종래의 입장을 폐기한 순간이었다.


(대법원 1994. 5. 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결정)





두 번이나 아이를 버린 어머니


A 씨는 2000년 11월 결혼해서 2002년 8월 아들 B 군을 낳았다. 그러다 2006년 6월 협의이혼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 전처 C 씨가 아들을 키우겠다고 했고, A 씨도 엄마와 함께 지내는 것이 아이에게 좋겠다고 생각해 동의했다.


그런데 C 씨는 아이를 데려간 지 두 달 만에 연락을 끊고 사라졌다. A 씨는 어쩔 수 없이 아들을 다시 데려와 홀로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다 2년 후인 2008년 10월, C 씨가 다시 나타나 재결합을 논의하며 잠시 아들을 데려갔다. 하지만 5개월 만에 또다시 아이를 돌려보내고 떠났다.


그 후 B 군이 성년이 되는 2021년 8월까지, A 씨는 홀로 아들을 키웠다. 개인회생을 신청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아들이 엄마한테 두 번이나 버려졌다는 생각에 학창 시절 내내 방황했습니다. 지금도 편치 않은 삶을 살고 있어요. 그래서... 이제라도 엄마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왔습니다."





소멸시효가 생기다


B 군은 2021년 8월에 성년이 되었다. 그리고 A 씨가 상담실을 찾은 것은 2024년 3월이었다. 성년이 된 후 아직 3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당시까지는 과거 양육비 청구권에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었다. 법적으로는 안전한 시기였다.

(대법원 2011. 7. 29.자 2008스67 결정)


그런데 2024년 7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이를 뒤집는 결정이 나왔다. 자녀가 성년이 된 후 과거 양육비 청구권에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는 결정이었다.

(대법원 2024. 7. 18.자 2018스724 전원합의체 결정)


만약 A 씨가 몇 년만 더 망설였다면? 2031년 8월이 지나면 그 긴 세월의 희생은 법적으로 아무 의미도 없어질 뻔했다. 판례가 변경되기 전에 청구를 마친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과거 양육비의 산정


우리는 과거 양육비를 산정했다. 2006년 8월부터 2008년 10월까지의 27개월, 그리고 2009년 4월부터 2021년 8월 5일까지의 약 12년 5개월, 총 176개월간의 양육비였다.


양육비 산정표를 기준으로, 부모의 소득 수준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가정하고 계산했다. 만 3세 미만, 만 3~5세, 만 6~11세, 만 12~14세, 만 15세 이상으로 구분해 각 시기별 양육비를 합산했다.


18년의 세월을 돈으로 환산하니, 청구 금액은 7,100만 원 정도였다.





화해권고결정, 그리고 5,000만 원


2024년 8월, 가정법원은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상대방이 청구인에게 과거 양육비로 5,000만 원을 지급하되, 매월 200만 원씩 25개월에 걸쳐 분할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과거양육비청구.png


청구 금액 7,113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약 30%가 줄었다. 왜 그랬을까.


법원은 "당사자의 이익, 그 밖의 모든 사정을 참작"했다고 명시했다. 상대방이 제출한 준비서면과 입증자료를 통해 "현재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기에, 법원은 상대방의 현재 지급능력을 감안해 금액을 조정하고, 대신 25개월 분할지급이라는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과거 양육비 산정은 단순 계산이 아니다. 양육자가 실제 지출한 비용도 중요하지만, 비양육자의 소득 수준과 재산 상황도 함께 고려된다. 아무리 정당한 청구라도 상대방이 지급할 수 없는 금액을 판결로 받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청구 금액의 약 70% 수준이었다. 하지만 A 씨는 받아들였다.


"충분합니다. 지금이라도 받을 수 있다는 게 감사해요."





2002년 법무법인을 설립하며 다짐했던 것


법무법인 이현을 설립할 때, 나는 '국민로펌'이라는 비전을 세웠다. 중산서민층과 중소기업도 믿고 찾을 수 있는 로펌을 만들고 싶었다.


양육비 문제는 그런 철학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영역이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 그래서 변호사 비용이 부담스러워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소송금융과 같은 제도를 열심히 알리고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내 영향력이 크지 않아서 그런지 이러한 방법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이다.


https://brunch.co.kr/@225061fcb4bb47e/19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혼자서 자녀를 키우고 계신가?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는가? 당신에게는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


자녀가 아직 미성년이라면 언제든 청구할 수 있고, 자녀가 성년이 되었다면, 성년이 된 시점부터 10년 안에 청구해야 한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으니, 권리를 스스로 챙기기 바란다.





사람과 법 사이 그 애매한 틈에서 이야기를 씁니다.

법무법인(유한) 이현, 대표변호사 이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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