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되찾은 진짜 나이

1967년생으로 살아야 했던 1964년생의 이야기

by 대표변호사 이환권


나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살아온 햇수일까. 아니면 그 사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무언가일까. 생년월일정정 사건을 맡을 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작년 가을, 나와 비슷한 또래인 60대 남성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주민등록상으로는 1967년생이지만 실제로는 1964년생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3년의 차이. 누군가에게는 사소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60년간 짊어진 짐이다.





1964년 봄, 광양의 작은 마을


이야기는 1964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남 광양의 작은 마을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아버지는 전처와 사별한 후 재혼을 앞두고 있었고, 어머니는 곤궁한 형편에 혼인을 망설이고 있었다.


그렇게 3년 여가 흘렀다. 아이는 그때까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아버지가 "동생 자식으로라도 신고하겠다"라고 나설 정도였다고 한다. 1967년 4월에야 부모님의 혼인신고가 이루어졌고, 문맹이던 부모님이 마을 이장에게 출생신고를 맡기는 과정에서 착오가 생겼다. 1964년 3월이 아닌 1967년 5월 생으로 잘못 올라간 것이다.





그 시절, 출생신고가 늦어졌던 이유들


1960년대 전후로 태어난 사람들 중에는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나 역시 59년생이지만, 주민등록상에는 61년생으로 기재되어 있기도 하다.


당시 의료 환경은 열악했다. 백일, 돌을 무사히 넘기는 게 큰 경사였던 시절이었다. 부모들은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출생신고를 미루곤 했다. 시골에서는 농사일이 최우선이었고, 출생신고를 하러 읍내까지 가려면 하루를 꼬박 써야 해서, 그럴 여력이 없었다.


글을 모르는 부모들이 많았기에 마을 이장에게 출생신고를 맡기는 경우도 흔했다. 이장이 여러 집안의 신고를 한꺼번에 처리하다 보니 날짜가 뒤바뀌거나 착오가 생기기 일쑤였다.


사실혼 관계였다가 뒤늦게 혼인신고를 하면서 아이의 출생신고도 함께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남자 형제가 많은 집안에서는 군대 가는 시기를 분산시키려고 일부러 나이를 낮춰 신고하기도 했다. 큰아들이 제대하기 전에 둘째가 입대하면 집안 일손이 모자라니까.


이런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1960~70년대 태어난 이들 중 상당수가 실제 출생연월일과 서류상 기재가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잘못된 나이로 인한 불편함


의뢰인은 평생 실제 나이대로 살았다. 같은 동네에서 태어난 64년생 친구들과 함께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이 시작이다. 만약 서류상 나이가 맞다면 만 4세에 입학한 셈인데, 말이 되지 않는다. 고등학교 학생증에도 음력 1964년 3월생으로 또렷이 적혀 있었다. 족보에도 갑진년 3월생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부터는 모든 것이 서류상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정해졌다. 친구들이 군에 입대할 시기에 그는 입대할 수 없었다. 실제보다 세 살이나 어린 나이에 맞춰 뒤늦게 입영하게 되었고, 손아래 동생보다도 어린 선임들에게 비인간적인 처우를 당해야 했다. 탈영을 생각할 정도로 힘든 군 생활이었다.


군 제대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실제 생년월일과 서류상 생년월일이 다른 사실을 설명해야 했다.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사고 마찰이 생기면서, 그는 점차 자신의 연령 정체성마저 숨기게 되었다. 나이를 밝혀야 하는 순간이 되면 이유 없이 위축되곤 했다.





한 달 만에 떨어진 결정


2024년 10월 말, 우리는 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서를 쓰면서 나는 조문과 판례를 나열하는 대신, 한 사람이 60여 년 동안 겪어야 했던 불편과 고통을 담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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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해 12월, 허가 결정이 떨어졌다. 신청부터 결정까지 한 달 남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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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되찾는 일


생년월일정정 사건은 단순히 서류를 고치는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이 평생 짊어진 정체성의 혼란을 바로잡는 일이다. 60년 동안 실제 나이와 서류상 나이 사이에서 설명하고, 해명하고, 때로는 의심받으며 살아야 했던 사람의 진실을 되찾아주는 일이다.


변호사 일을 하면서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에서도 이런 사건들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화려하지 않다. 거액의 소송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짐을 내려놓는 순간이다. 30여 년의 변호사 생활을 돌이켜 보며 기억에 남는 사건들은 대개 이런 사건들이었다.





사람과 법 사이 그 애매한 틈에서 이야기를 씁니다.

법무법인(유한) 이현, 대표변호사 이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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