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부모를 둔 자녀가 알아야 할 성년후견 이야기
몇 년 전 겨울, 부산에서 온 전화 한 통이 있었다.
"변호사님, 아버지 성년후견인 신청 상담을 받고 싶어서요."
A 씨에게는 중증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시는 90대 아버지가 계셨다. 시간과 장소를 인식하지 못하고,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였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실 수 없었다.
주간보호센터 비용이 월 70만 원, 간병비가 월 250만 원. 한 달에 300만 원이 넘는 돈이 나갔다. A 씨는 그 돈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로 밤잠을 설쳤다.
"아버지 명의 집이 있긴 한데, 주택연금을 신청하려니 후견인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한정후견과 성년후견의 차이
치매 증상의 정도에 따라 한정후견과 성년후견으로 나뉜다.
A 씨 아버지처럼 중증치매 환자는 성년후견 대상이다. 시간과 장소를 인식하지 못하고,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며, 일상생활 전반에서 도움이 필요한 상태. 민법 제9조 1항에서 말하는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이 바로 이런 경우다.
반면 한정후견은 좀 다르다. 경미한 인지장애로 복잡한 금융거래나 부동산 처분은 어렵지만, 기본적인 일상생활은 가능한 분들이 해당된다. 후견인 권한도 법원이 필요한 범위만 정해주고, 본인도 여전히 일부 법률행위를 직접 할 수 있다.
4개월 만에 허가를 받다
A 씨와 계약 후, 나는 바로 서류 준비에 들어갔다.
후견인 후보자인 A 씨는 먼저 사전교육을 이수했고, 아버지의 후견등기사항부존재증명서를 발급받았다. 뉴질랜드와 미국에 사는 형제들에게는 각국 공증을 받은 동의서를 받아야 했고, 병원에서 진단서와 의무기록 사본도 준비했다.
진단서 내용은 명확했다. "퇴행성 뇌질환으로 인지 기능 저하, 사무 처리 불가능, 악화 가능성 있음."
가정법원에 신청한 지 4개월 만에 개시 결정이 나왔다.
이제 A 씨는 법적으로 아버지의 재산을 관리하고, 의료기관 선택, 거주지 결정, 사회복지서비스 이용 등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주택연금 신청도 할 수 있고 간병비 걱정도 덜게 된 것이다.
후견인의 결격사유
A 씨는 사업을 하고 있어서 시간을 유동적으로 쓸 수 있었고, 그동안 아버지를 가장 가까이에서 돌봐왔다. 다른 형제들도 동의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민법 제937조는 후견인이 될 수 없는 사람을 정해놓았다.
미성년자는 당연히 안 된다. 본인도 후견 받는 피성년후견인이나 피한정후견인도 안 되고, 파산선고를 받았거나 회생 절차 중인 사람도 재산 관리 책임을 맡을 수 없다.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 법원에서 해임된 법정대리인이나 후견인, 행방불명인 사람도 후견인 자격이 없다. 피후견인을 상대로 소송을 하거나 했던 사람도 제외된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얘기다. 지속적으로 후견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으니까.
가족 중에 적절한 사람이 없으면? 그럴 땐 법원이 변호사나 사회복지사 같은 전문가를 후견인으로 선임한다.
300만 원의 무게
A 씨 사건을 진행하면서 나는 계속 생각했다. 이 가족에게 4개월이라는 시간이 어떤 의미였을까.
아버지는 매일 아침 8시에 간병사의 도움을 받아 요양원으로 가서 오후 5시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도 간병사의 도움으로 생활한다. 이 모든 것이 돈이다. 한 달에 300만 원이 넘는.
치매 부모를 둔 자녀들이 겪는 현실은 대개 비슷하다. 본인 명의 재산은 손댈 수 없고, 간병비는 매달 나가고, 형제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다. 그 막막함 속에서 후견인 제도는 단순한 법률 절차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된다.
나 역시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언젠가 치매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까지 변호사 생활을 이어갈 것이다. A 씨와 같은 분들의 생존을 위해서.
사람과 법 사이 그 애매한 틈에서 이야기를 씁니다.
법무법인(유한) 이현, 대표변호사 이환권
1644-9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