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불가 시 계약금 반환 특약을 무시한 집주인

상식과 신의성실이 승리한다는 당연한 명제를 증명하기까지

by 대표변호사 이환권


법조인으로 평생을 살아오며 수억 원, 때로는 수십억 원이 오가는 사건들을 수없이 마주했다. 그 거대한 숫자들에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때로는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들이 가진 수천만 원이 훨씬 더 무겁게 체감될 때가 있다. 그들에게 그 돈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미래를 지탱하는 유일한 담보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우리 사무실을 찾아온 한 청년의 이야기가 그렇다. 결혼식을 불과 20일 앞둔 시점에서 찾아온 그는 신혼집으로 정한 아파트의 전세 계약금 3,7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임대인


사건의 발단은 신혼부부 전세임대 제도였다. 그는 LH의 신혼부부 전세임대 2형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어 경기도에 있는 한 아파트를 계약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대출이 승인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대출 승인이 안 될 경우 계약금은 즉시 반환한다'는 특약도 꼼꼼히 넣었다.


하지만 LH의 권리분석 결과, 해당 아파트의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런 경우 상식적으로는 특약에 따라 계약금을 돌려받고 다른 집을 알아보면 될 일이다. 그러나 임대인 측은 "구체적으로 어떤 대출인지 설명을 못 들었다", "객관적인 서류를 가져오지 않으면 단순 변심으로 보겠다"라며 반환을 거부했다.





임대인의 끈질긴 시간 끌기


싸움의 핵심은 계약서 속 특약 한 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있었다. 임대인 측은 청년이 이용하려던 '신혼부부 전세임대' 상품과 계약서상의 'LH 전세자금 대출'이라는 용어가 다르다는 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우리 팀은 LH 공식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 자료를 분석하여, 실무적으로 'LH 전세자금 대출'이라는 표현이 의뢰인이 신청한 지원 제도를 포함하는 통칭으로 널리 쓰이고 있음을 입증했다. 또한 해당 아파트의 공시지가와 근저당 설정을 정밀하게 대조하여, 부채비율이 LH의 지원 기준을 객관적으로 초과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냈다.


1심 재판부는 이러한 논리를 수용하여, 대출이 거절된 결정적인 이유가 부동산 자체의 과도한 부채에 있었던 만큼, 특약에 따라 임대인이 계약금을 즉시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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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임대인 측은 1심에서 패소하고도 항소와 상고를 거듭하며 시간을 끌었다. 그들은 보증금을 낮추는 조정을 해보지도 않고 계약을 해지했다거나 계약서 명의자와 신청자 명의가 다르다는 등 본질과는 무관한 주장을 쏟아냈다. 긴 소송 과정에서 청년은 무리한 추가 대출을 받아야 했고, 그 사이 태어난 아이를 키우며 경제적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우리 팀은 끈질기게 사실관계를 파고들며 대응했다. 임대차 계약의 핵심은 신의성실에 있으며, 임대인이 주장하는 사유들은 계약금 반환 의무를 피하기 위한 궁색한 변명임을 법리와 증거를 통해 주장했고,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우리는 대법원까지 단 한 번의 흔들림 없이 전부 승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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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단, 강제경매


임대인은 법원의 판결 이후에도 자력이 없다는 핑계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버텼다. 그래서 우리는 의뢰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마지막 한 수를 두었다. 해당 아파트에 대한 부동산 강제경매 신청이었다.


경매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법원의 결정문이 임대인에게 송달되자 비로소 상황이 반전되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 타인에게 팔릴 위기에 처하자 상대방은 그제야 백기를 들고 합의를 요청했고, 돈을 지급함으로써 합의가 이루어졌다.





상식이 승리한다는 당연한 명제


법은 과연 누구의 편에 서 있는가. 임대인이 내세운 궁색한 변명들은 때로 법의 그물망을 빠져나갈 듯 교묘해 보였다. 하지만 대법원까지 이어진 끈질긴 공방 끝에 얻어낸 승소 판결은, 법의 본질이 결국 신의성실과 상식에 있음을 다시 한번 증명해 냈다.


우리는 그저 의뢰인이 가진 당연한 권리를 실현했을 뿐이다. 돈이 무사히 돌아오기까지 보낸 시간은, 부당함에 침묵하지 않는 용기가 얼마나 값진지를 말해준다.


법이 강자의 변명이 아닌 약자의 방패가 되는 세상. 나와 이현은 앞으로도 그 정당한 목소리를 끝까지 지켜내는 가장 든든한 조력자로 남을 것이다.






사람과 법 사이 그 애매한 틈에서 이야기를 씁니다.

법무법인(유한) 이현, 대표변호사 이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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